인도의 월스트리트로 불리는 뭄바이 ‘나리만 포인트’에는 오래전부터 씨티은행, HSBC, 스탠더드차터드(SC) 등 글로벌 은행들이 둥지를 틀고 있으며 최근엔 UBS, 크레디트스위스 등이 새로 뛰어들었다. 그야말로 글로벌 금융 플레이어들의 집결지인 셈이다.
제조업 기반의 중국, 한국 등과 달리 인도는 3차 서비스업 비중이 GDP의 55%로 가장 높다. 레이차우드리 센터장은 “세계적인 수준의 인도 정보기술(IT) 산업이 서비스업 성장을 이끌었지만 최근엔 은행 등 금융서비스 부문이 연간 20∼25%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5년간 인도 예금 증가율은 20%를 넘었고 은행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도 10%를 유지하고 있다.
인도에 가장 많은 지점(37개 도시, 94개 지점)을 둔 외국계 은행 SC는 지난해 전체 SC그룹 수익의 20%를 인도 시장에서 올렸다. 세계 곳곳에 진출한 SC은행 가운데 가장 높다. 니라즈 스와루프 SC그룹 인도 및 남아시아 지역 대표(CEO)는 “2009년 SC인도은행의 영업이익은 10억 달러로 10년 동안 10배나 늘었다”며 “10억 달러의 수익을 내는 인도는 영향력이 크고 눈을 뗄 수 없는 곳으로 그룹의 핵심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 탄탄한 기초체력글로벌 자금의 러브콜과 자본시장의 성장은 인도의 눈부신 경제성장세에서 비롯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인도 경제는 2009년 7.4% 성장하며 빠르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난 데 이어 2010년 8.5%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중앙은행(RBI)은 최근 2011년 GDP 성장 예상치를 당초 8%에서 8.5%로 올려 잡았다. 현재 인도 경제규모는 아직 중국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2015년까지 인도가 연평균 9∼10%대 성장을 달성해 성장률 면에서 8%인 중국을 앞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의 경제 규모가 2022년경 일본을 추월해 중국과 미국에 이어 경제규모 3위 국가로 부상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스와루프 대표는 “가장 큰 힘은 인적 자원, 넘쳐나는 젊은 인력”이라며 “이들이 구매력 향상과 소비패턴 고급화에 따라 엄청난 내수 소비시장을 만들며 인도 성장의 지속성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인도 인구 12억 명 가운데 25세 이하가 절반을 차지한다. 유엔은 2030년경 인도 인구가 14억5000만 명으로 중국을 앞서 세계 최대가 되고 특히 2억 명 이상의 신규 노동인력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뭄바이=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인도는 이제 달리는 벵골 호랑이 더이상 굼뜬 코끼리가 아니다”

인도 뭄바이의 금융가 ‘달랄 스트리트’에 위치한 뭄바이증권거래소(BSE) 건물의 전광판에 “새로운 뮤추얼펀드 거래 서비스가 구축됐다”는 정보가 흐르고 있다. 인도 증시가 상승랠리를 이어가면서 전광판 앞은 매일 주가를 확인하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뭄바이=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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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하루 1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빈민층이 4억 명으로 추산되지만 지갑을 여는 중산층도 3억 명 이상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인도 중산층 인구 비중이 2005년 5%에서 2025년 41%(4억5000만 명)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뭄바이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이런 장밋빛 전망에 일제히 동의하며 “인도는 이제 덩치만 큰 느린 코끼리가 아니라 달리는 벵골 호랑이”라고 입을 모았다. 레이차우드리 센터장은 “인도가 아시아 호랑이라고 불렸던 한국 싱가포르 등을 따라가고 있다”며 “아버지 세대에는 없었던 자신감이 인도 젊은층에는 엄청나다”고 전했다. 데시판데 총괄매니저는 “다만 고속 성장을 위해선 인도의 고질적 약점인 인프라 개선과 노동법 개선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고 강조했다.
정임수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