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로병사의 루트가 바뀐다
건강검진 항목도 달라져야… 사망 연령 고령화 따라 세대별 위험 질병도 변해
60~70대 여성 자살 급증… 2030년 사망원인 9% 육박 뇌혈관·당뇨보다 무서워1945년생 해방둥이 강성래(66)씨의 고향은 섬이다. 병풍 같은 상록수림 아래 오밀조밀한 밭두렁이 이어지는 전남 보길도에서 자랐고 대위로 군을 전역해 고교 교련교사가 됐다. 학생들 가르치는 일이 즐거웠지만 정년에 앞서 7년 전 명퇴를 택했다. 척추관협착증으로 오래 서 있기 힘들어 앉아서 가르치자니 스스로 제자들에게 면목이 없었다.
그는 "장수(長壽)는 축복이지만, 나이 먹어서 몸이 아파 자리보전이라도 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3년 전 80대 장모가 치매로 요양원에 들어간 뒤 이런 걱정이 부쩍 늘었다. 강씨의 부인(61)은 혼자 시골집을 지키는 친정아버지(90) 생각에 걱정이 많다. 부인 자신도 류머티즘 관절염과 당뇨병이 있다.
◆사망연령의 후퇴
보통 사람도 상당한 확률로 100세 가까이 사는 시대, 생로병사의 루트도 대폭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신(新)기대수명을 산출한 고려대 박유성 교수팀이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아 통계청의 사망자·사망원인 통계(1997년 1월~2007년 12월)를 토대로 예측한 결과, 앞으로 20년간 연령대별 13대 사망원인이 크게 변해간다는 결과가 나왔다.
핵심 키워드는 '사망연령의 고령화'였다. 똑같은 질병이라도 그 병에 따른 사망연령은 지금보다 5~10년 정도 올라가는 경우가 많았다.
가령 암의 경우, 사망자가 가장 많이 집중된 연령대가 2010년(남성 70대 초반·여성 70대 후반)보다 2030년엔 5~10년 정도 늦춰졌다(남녀 모두 80대 초반). 폐렴 사망자가 집중된 연령대 역시 2010년(남성 80대 초반·여성 80대 후반)보다 5년 뒤로 후퇴했다(2030년 남성 80대 후반·여성 90대 초반). 남성 고혈압 사망자가 집중된 연령대(80대 초반→80대 후반), 여성 당뇨병 사망자가 몰린 연령대(70대 후반→80대 초반)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같은 병이라도 사망연령이 후퇴한다니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박유성 교수는 "건강검진의 목적은 그 나이에 가장 위험한 질병을 조기에 찾아내는 것인데, 세대별로 조심해야 할 질병 항목이 달라진다는 뜻"이라고 했다.
◆1939년생 토끼띠 남성
가령 1939년생 남성은 현재 살아 있는 사람 1000명 중 380명은 2030년 이후까지 살고 620명은 그전에 사망할 가능성이 크다고 박 교수팀은 예측했다. 그러나 이들이 '장수 레이스'에서 탈락하는 시점과 원인은 크게 달랐다.
70대 초반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2011~2015년) 131명은 암(40.5%)·심장질환(11.9%)·뇌혈관질환(8.5%) 순으로 희생자가 나올 것으로 나타났다. 70대 후반을 거쳐 80대 초반을 통과하는 시기에 사망하는 사람(2016~2025년) 324명은 암과 뇌혈관질환의 위험이 조금씩 줄고 대신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두 배 가까이(15% 안팎) 늘어날 전망이다.
80대 후반에 사망하는 사람(2026~ 2030년) 155명은 암(8.4%)· 뇌혈관질환(1.6%)이 크게 줄고 심장질환(13.3%)이 주춤하는 대신, 폐렴(20.1%)이 최대 사망원인으로 떠오를 것으로 나타났다.
◆1951년생 토끼띠 남성
올해 만 60세가 된 1951년생 남성의 경우 60대 초반부터 70대 후반까지 모든 기간(2011~2030년)에 걸쳐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 비율이 절반에 육박했다(45.1~48.6%). 암이 최대 사망원인인 것은 앞선 세대와 마찬가지지만, 실제로 암에 걸려 사망하는 비율은 좀 더 높다는 얘기다.
1951년생 1000명 중 60대 초반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2011~ 2015년) 42명은 암(45.1%)· 심장질환(10.5%)·자살(6.9%) 순으로 희생자가 나왔다.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을 지나는 시기에 사망하는 사람(2016~2025년) 183명은 암이 약간 늘고 자살이 감소한 대신, 심장질환(11~12%)이 많이 늘어났다. 70대 후반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2026~2030년) 69명은 6명 중 1명이 심장질환(17.6%)으로 사망할 것으로 나타났다.
요컨대 똑같은 '70대 사망'이라도 앞선 세대(1939년생)에 비해 뇌혈관질환 사망자는 적고 암·심장질환 사망자는 많다는 것이 1951년생 남성의 특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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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여성의 경우
사망패턴의 또 다른 키워드는 '60~70대 여성 자살'이다. 1939년생 토끼띠 여성의 경우, 70대 초반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2011~ 2015년·1000명 중 72명) 가운데 3.5%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으로 예측됐다. 암·심장질환·뇌혈관질환·당뇨병에 이어 사망원인 5위에 해당한다. 폐렴(2.7%)·고혈압(2.4%)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자살로 세상과 작별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세대가 내려갈수록 더 뚜렷해졌다. 1951년생 토끼띠 여성의 경우, 60대 초반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2011~2015년·1000명 중 15명) 중 자살이 7.2%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령대 사망자 중에서 자살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0대 후반(8.8%)을 거쳐 70대 초반(8.8%)까지 계속 늘어나다가 70대 후반(8.0%)에야 다소 주춤한다. 60~70대를 통틀어 자살이 암·심장질환에 이어 사망원인 3위를 차지해, 뇌혈관질환이나 당뇨병보다 더 무서운 사망원인으로 대두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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