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지원
쉬퍼 부차관보와 회동..박선숙 ‘합의이행’ 강조
지난해 1월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미 외교관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합의과정을 비판했다는 등 한미 현안에 대한 대화내용이 담긴 미 국무부 외교전문이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됐다.
또한 박 원내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지지했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박지원, ‘노무현 정부의 전작권 환수는 소수의견에 기반한 것’이라고 전해”
3일 영국 일간텔레그래프는 위키리크스의 폭로한 미 국무부 외교전문 중 하나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해 1월 26일 방한 중이던 마이클 쉬퍼 미 국방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와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이 자리에는 장성 출신인 서종표 의원과 박선숙 의원(이상 민주당)과 황진하 의원, 조윤선 의원(이상 한나라당) 등이 동석했다.
이 자리에서 박 원내대표는 “노무현 정부의 전작권 환수 합의는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편이 낫다는 한국의 소수그룹의 생각에 기반을 둔 것으로, 한국의 여론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노무현 정부를 넌지시 비판했다(implicitly criticizing)고 이 전문은 전했다.
같은 당 서종표 의원도 “전작권 환수는 한국의 안보태세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하며 이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은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 사이의 전작권 환수 합의가 “서로 진정한 의도를 숨긴 ‘나쁜 결혼’같은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은 북한이 위협이라 아니라고 봤기 때문에 안보 문제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판단은 크게 잘못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전작권 이양이 예정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전작권 환수가 미국이 한국에서 손을 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이 문제는 한국 내 정치적 갈등을 만들거나 북한에 의해 이용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전문에 따르면 이 자리에 참석했던 의원들 모두 한국의 여론은 전작권 환수가 한국의 방위에 대한 미국의 약속이 약해지는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와 관련, 박지원 원내대표는 “전작권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주장(합의이행)하는 바가 있지만 국민 사이에서는 연기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언론에 해명했다.
박선숙 의원도 “전작권 환수를 갖고 여권 등 한쪽에서 미군이 한발 물러서는 것으로 북한이 오판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주한미군의 역할과 한미동맹은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미국은 명료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또 “미 국무부 전문에 나온 박 원내대표의 발언은 대사관 측의 통역 과정에서 일부 잘못 전달됐다”며 “박 원내대표는 환수 반대가 아니라 ‘합의를 그렇게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는 취지의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해명했다.
◆“북한에 대한 보상은 도덕적 해이 불러올 수 있다”
박 원내대표는 또한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과 김정일의 남북정상회담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김대중 정부가 추구한 햇볕정책이 북핵문제를 가장 적은 비용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했으나 쉬퍼 부차관보는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보상해 주는 것은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낳을 뿐이며 성공적인 북핵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박 대표는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반드시 정상화하고 평화협정을 논의해야 한다”며 “북한과의 신뢰를 재구축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원조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 대통령과 김정일의 정상회담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동석한 서 의원이 “북핵문제는 북한 정권이 붕괴해야만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하자 박 원내대표가 “서 의원은 아주 보수적이다”라고 말하며 웃기도 했다고 이 전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