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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방문(2006년 11월) 전후 4兆규모 개발 러시… 부산저축銀도 투자프놈펜=유하룡 기자 you11@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기사100자평(56

화이트보스 2011. 6. 16. 08:40

盧대통령 방문(2006년 11월) 전후 4兆규모 개발 러시… 부산저축銀도 투자

입력 : 2011.06.16 01:06

노무현 정부 시절 캄코시티 등 캄보디아 부동산 개발… 대부분 스톱 상태
"이미 투자된 것만 1兆 육박" 2007년 與인사 10여명 방문
실세들 개발사업 연루 소문… 노무현 정부 임기 끝나자 상당수 중단되거나 부실화

"골드타워(gold tower)가 아니라 이제는 고스트타워(ghost tower·유령건물)라 부릅니다."

14일(현지시각)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중심지인 모니봉가와 시아누크가의 사거리에 짓는 '골드타워42'를 모르는 현지인은 없었다. 이 건물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2006년부터 한국 부동산개발업체인 ㈜연우와 대한토지신탁이 추진한 사업이다. 지상 42층 규모의 아파트와 오피스가 들어서는 주상복합 건물로 2008년 3월에 착공했다. 하지만 전체 42층 중 31층까지 골조가 올라간 상태에서 작년 9월 공사가 중단됐다. 자금부족 때문이었다. 현지 한국법인에 근무하는 쁘라윗(35)씨는 "캄보디아의 최고층 건물을 짓겠다더니 최대 흉물이 됐다"고 말했다.

프놈펜의 골드타워42… 9개월째 공사중단… 한국 부동산 개발업체인 ㈜연우와 대한토지신탁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짓고 있는‘골드타워42’. 프놈펜 최고 요지에 들어서는 이 건물은 작년 9월부터 자금 부족으로 31층까지 골조만 올라간 상태에서 9개월째 공사가 중단돼 있다. /프놈펜=유하룡 기자
캄보디아 현지 취재 결과, 골드타워42를 비롯해 노무현 정부 시절 본격적으로 추진됐던 한국 기업의 캄보디아 개발사업이 줄줄이 부실화됐거나 중단된 상태였다.

"노 대통령 국빈 방문 상상도 못할 일"

현지 한인사회에서는 캄보디아에 한국 기업의 건설·부동산 투자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06년 11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빈 방문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2006년 당시 캄보디아의 한국 교민은 4000~5000여명에 불과했고 양국 간 교역규모도 2억달러 선에 불과했다. 한국 기업이 진출한 업종도 봉제업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다.

노 대통령 방문 이후 여권 인사들의 캄보디아 방문이 잇따랐다. 2007년 한 해 다녀간 여권 인사만 10여명에 달했다는 후문이다. 프놈펜한인회 관계자는 "청와대 특보라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었다"면서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청와대에 특보가 그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 방문 후 한국 기업 러시

한국 기업들의 캄보디아 투자가 집중된 것도 노 대통령 방문을 전후한 시기였다. 부산저축은행이 대표적이다. 캄코시티 사업에만 9개 SPC(페이퍼컴퍼니)를 통해 3000억여원을 대출했고, 씨엠립 신공항(1200억원)과 고속도로건설(620억원)에도 2000억원 가까이를 투자했다. 2006년 전후 5000억원을 집중 투자한 것이다.

노 대통령 방문 이후 포스코건설·현대엠코·GS건설·SK건설 등 대기업과 부동산 시행사들도 프놈펜 시내 땅을 대거 사들이면서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프놈펜의 A부동산컨설팅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 워낙 헤집고 다녀서 시내 중심지의 땅값이 1년 만에 ㎡당 1000달러에서 300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고 말했다.

캄코시티를 포함해 당시 국내 주요 대기업이 캄보디아에서 추진한 6~7개 프로젝트 규모만 해도 4조원대. 여기에 이미 투입된 자금도 1조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캄보디아 한인 관계자가 말했다.

이 같은 '투자 러시'는 캄보디아 현지에서도 "비상식적"이라고 말한다. 당시 캄보디아 경제는 1인당 국민소득이 700달러에 불과했다. 프놈펜 한인 부동산컨설팅사 관계자는 "한 채당 집값이 1만달러도 안 되는 캄보디아에서 10만달러가 넘는 아파트를 팔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당시 기업들이 왜 그렇게 묻지마 투자에 나섰는지 의문을 갖는 교민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정권 바뀌자 대부분 사업 중단

국내 기업들의 '캄보디아 러시'에는 노무현 정권의 실세들이 연루됐다는 소문도 적지 않다.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골드타워42' 사업과 관련해 군인공제회와 군인공제회의 자회사인 대한토지신탁에 투자 청탁을 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으나, 무혐의로 풀려나기도 했다.

기업들의 캄보디아 사업은 노무현 정부가 끝나면서 대부분 부실화됐거나 중단됐다. 포스코건설이 프놈펜에 추진했던 주상복합(37층) 사업은 터파기 공사 중 중단됐고, 캄코시티와 신공항 사업도 중단됐다. GS건설이 52층 규모로 추진했던 IFC프로젝트도 보류된 상태다.

현지 교민 사회에서는 캄코시티처럼 상당수 프로젝트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일부 투자비가 딴 곳으로 새나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교민은 "캄보디아만큼 외화 송금이 자유롭고 기업 회계 감사가 느슨한 나라도 없다"면서 "공식 경제규모보다 지하경제 규모가 최소 2~3배는 더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