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글

군(軍)의 위기, 선진 군대 도약하는 발판 삼자김종영 예비역 해병 소장

화이트보스 2011. 7. 18. 16:09

군(軍)의 위기, 선진 군대 도약하는 발판 삼자

  • 김종영 예비역 해병 소장

입력 : 2011.07.17 23:29

김종영 예비역 해병 소장
해병대 지휘관들 사이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세 가지가 불문율처럼 전해진다. 구타 사망, 총기 난동, 경계 실패다. 이것들이 터지면 조상이 시끄러워진다고 했다. 그리고 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는 병영 내 각종 문제들과 싸움을 벌인다. 또 하나의 전쟁터이다.

그럼에도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총기 난동 사건이 또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엄정한 군기(軍紀)와 용맹성이 상징인 해병대의 위상과 신뢰가 땅에 떨어져버렸다. 연이어 보도되는 해병대의 자해적인 사건과 사고들은 국민에게 근심과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나라가 온통 시끄럽고, 해병대 사령관까지 사의를 밝혔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해병대의 자랑은 자타가 인정하는 전우애이다. 전우애는 선임을 존경하고 후임을 사랑하는 상경하애(上敬下愛) 정신이다. 그 전우애가 연평도 포격전에서 부상당한 몸으로 구급차를 양보하고, 포탄이 떨어지는 전장으로 몸을 날려 구급 활동을 하는 모습을 낳았다. 그러한 용기 있는 행동으로 해병대는 국민으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고, 젊은이들로 하여금 앞다퉈 해병대에 지원하도록 했다.

그런 해병대에서 병사가 전우에게 총부리를 겨누었다. 그 원인은 잘못된 악습과 오도된 전통 때문이었다. 그중 하나가 기수열외다. 7∼8년 전쯤부터 시작됐다는 기수열외가 전체 부대에 만연한 현상은 아니라지만,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치욕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군 내의 사건들은 대개 병영 생활에서 누적돼온 문제들이 어느 순간 폭발하면서 발생한다. 제반 사건은 군 내부에 병사들을 괴롭히는 악습이 여전히 횡행하고, 그 수준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구타와 집단 따돌림 등 가혹 행위는 해병대뿐 아니라 육·해·공군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에서 국방부는 전군(全軍) 차원에서 부적격 사병을 군에서 퇴출시키고, 병사들의 언로를 보장해서 악습과 폐습을 도려내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또 전군이 부대 진단을 실시한다고 한다.

이처럼 이번을 마지막 기회로 여기는 각오가 대단하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지금까지 발생한 문제점들을 문책하는 데 무게가 있다면 문제의 핵심은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만은 문책을 유예하더라도 군에 잠복해 있는 모든 문제점을 완전히 드러내야 한다. 그래야만 그 기반 위에서 병영 실상을 정확히 파악해서 근본적인 대수술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군 생활을 편하게 만드는 차원에서 개혁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군대는 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조직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위기에 직면했을 때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위계질서가 엄격한 조직이 되어야 한다. 또한 군대 문화 모두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옥석(玉石)을 잘 가려야 한다.

분명 우리 군은 지금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일련의 사건·사고로 많은 질책을 받았고, 누구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위기는 늘 기회를 동반하는 것처럼 우리 군이 당면한 도전들은 또 다른 발전과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우리 군은 이제까지 선진 군대들을 모방해 왔다. 차제에 세계 최고 군대를 지향하자. 우리가 지향하는 최고의 군대는 효율적이고 강한 군대, 투명하고 깨끗한 조직 문화, 투철한 사명감과 윤리 의식을 가진 군인들이 만들어가는 군대이다. 그런 군대야말로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