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의 재발견/겨례의 지도자

생명체처럼 진화하는 韓美동맹

화이트보스 2011. 7. 29. 11:10

생명체처럼 진화하는 韓美동맹

입력 : 2011.07.28 22:28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임기 중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은 '오바마 독트린'이라고 할 수 있는 네 가지 목표를 추구해 왔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동맹 관계를 강화하는 것, 중국 및 러시아 등 강대국 관계를 개선하는 것, 인도브라질 등 신흥국과 협조 관계를 확대하는 것,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의 군사 개입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세계 최강국 지위로 재도약하는 것 등이다.

이 중에서도 첫째 목표인 동맹(同盟) 강화와 관련해 가장 뚜렷한 결과를 보인 것이 한미(韓美) 동맹이라고 하겠다. 한미 동맹은 21세기에 들어와 2008년까지 대북 정책과 관련된 양국 간 시각 차이로 상당한 마찰을 경험하였고, 결과적으로 미일(美日) 동맹에 밀려 아시아에서 '제2의 동맹'으로 뒤지게 되었다. 그러나 2008~2009년 한·미·일 3국에서 정권이 교체된 후 한미 동맹이 미일 동맹을 제치고 아시아에서 가장 견고한 동맹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더욱이 2009년 이후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 군사 도발, 농축우라늄 프로그램 등으로 동북아시아 안보의 더욱 큰 위협 요인으로 등장하자 한미 양국은 합동훈련 강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 미국과 동등한 억지력을 동맹국에 확대 제공하는 확장 억지력의 재확인 등을 통해 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양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의회의 비준 동의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한국이 2010년 G20 정상회의와 2012년 핵안보 정상회의의 주최국이 되는 데 적극 협조해 주었다.

한미 동맹은 1953년 한국전이 끝나면서 체결되었다. 한국은 북한의 재침(再侵)을 방지하기 위해서, 미국은 소련을 위시한 공산 세력의 팽창을 막기 위해서 동맹을 맺었다. 한미 동맹 회갑이 다가오는 시점에 동맹을 강화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1961년생이다. 유럽에서는 냉전이 종식된 이후에 오히려 NATO가 확장 강화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전쟁이 끝나고 한참 후에 태어난 미국 대통령이 한미 동맹을 강화한 것은 상당한 역사적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한미 동맹의 또 하나 아이러니는 일본과 관련된 것이다. 애초 한미 동맹은 일본을 방어하는 데 필요한 것으로 간주되었고 주한미군도 주일미군의 유지에 도움이 되는 동반 조치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 이제 일본 방어보다는 미국이 한국 자체에 갖는 경제·외교·안보·이념·문화적 가치와 이해관계 때문에 한미 동맹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한미 동맹 강화에 대한 국내외 시각이 언제나 고운 것만은 아니다. 국내에는 아직도 한미 동맹에 회의적인 견해가 있다. 중국은 과거 한미 동맹이나 주한미군이 일본 재무장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는 점을 감안하여 긍정적인 입장을 가졌으나 근래 들어 한미 동맹을 '냉전의 유물'로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은 또한 한국이 중국과 멀어지고 미국과 더욱 가까워진다고 생각하여 섭섭한 심기를 표출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는 양자택일 문제가 아니다. 과거와 달리 현재의 강대국 관계, 우리의 경제력과 국제적 위상은 친미(親美)와 친중(親中) 중 택일(擇一)이라는 단선적인 선택을 요구하지 않는다. 한국은 미국과는 '동맹국'으로,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친밀한 관계를 공존시킬 수 있다. 한미 동맹은 안보를 위한 동맹일 뿐 아니라 정치적 가치, 경제적 번영, 문화적 유대를 포괄하는 동맹이 되고 있다. 한국의 주변국들은 한·미 간 '성숙한 동맹'이 이 지역의 안정과 번영에 긍정적 요인이 될 것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미 동맹이 앞으로 상당 기간 순탄하리라고 안심할 수만은 없다. 2008년 이후 한·미, 미·일의 동맹 상황과 그 유대 순위가 뒤바뀐 것과 같이, 국내 정치적 전개와 대외 상황에 따라 동맹의 위치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미국의 재정난으로 군사비가 삭감됨에 따라 한국 등 동맹국의 부담이 더 커질 수도 있다. 동맹이란 생물학적인 속성을 갖기 때문에 생물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가꾸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양국 국민 간 공감대의 확대를 의미한다.

한미 동맹에서 지정학적 이해관계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가치 공유이다. 그동안 미국은 한국이 민주화·산업화·세계화의 길을 걸어오는 동안 파트너 역할을 하였고, 한국은 이제 그러한 성취를 바탕으로 미국과 공동 가치 창달에 나서고 있다. 민주주의와 번영, 인간의 안녕과 복지 등 인류 보편적 가치의 공유를 한미 동맹 발전을 위한 견고한 주춧돌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승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