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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에 숨겨진 의미

화이트보스 2011. 8. 19. 10:48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에 숨겨진 의미

  • 정태명 성균관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

 

입력 : 2011.08.18 23:29

지난달 캐나다 통신업체 노텔 인수에 실패한 구글이 이번에는 2만4000여 개의 특허를 보유한 모토로라 모빌리티 홀딩스를 전격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특허 분쟁의 우위에 서기 위한 포석이다. 수년 전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오라클·로드시스 등에 특허 소송으로 궁지에 몰린 구글로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물론 지식정보 사회에서는 특허가 기업의 존폐(存廢)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고, 구글의 특허분쟁이 심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의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국내의 기업들은 13조원 이상의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된 이번 인수합병의 후폭풍을 점치기에 분주하다. 특허분쟁의 종식보다도 미래 IT 시장의 재편이 예고되기 때문이다.

우선 구글은 모토로라를 개방형 플랫폼을 선도하는 도구로 사용할 것이 예상된다. 개방형 플랫폼은 개발의 참여가 자유롭고 다양한 모델이 생산된다는 장점이 있으나, 한편으로는 지나친 다양성 때문에 표류할 수 있는 단점도 있다. 따라서 구글은 표류하지 않고 자신들이 의도하는 대로 안드로이드 진영을 이끌 단말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제 구글은 모토로라를 활용해 간접적인 통제가 가능해졌다.

또 구글은 모토로라 인수로 애플이 강점으로 내세우던 서비스의 라인업을 완성했다. 애플은 아이폰(하드웨어), iOS(운영체제), 앱스토어(소프트웨어)를 융합해 이미 토털 IT 체계를 구축했고, 이를 통해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지난 2분기에는 30조달러 매출에 8조달러 이익이라는 경이로운 실적을 올렸다. 이제 구글도 토털 IT 체계를 구축해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앞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노키아의 연합전선이 가세함으로써 '모바일 3강(强)' 체제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국내 단말기 제조사와 구글의 연합 체제가 무너질 경우 국내 단말기 제조사들이 설 곳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새로운 산업구도를 예고한다. 소프트웨어에 기반한 IT 서비스 기업이 거대한 하드웨어 기업을 삼켜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하드웨어 중심의 틀을 깨지 못하고 있다. TGIF(트위터·구글·아이폰·페이스북)의 열풍이 몰아칠 때도, 세계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실적이 두각을 나타낼 때도 우리는 실제적인 IT 산업의 재편을 가져오지 못했다. 전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이 2%를 넘지 못하는 것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하드웨어 중심의 틀을 깨기 위해서는 생각을 바꾸고, 일하는 형태를 바꾸고, IT 산업의 구도를 혁신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S급 소프트웨어 인재를 영입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영입할 인재가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당장이라도 소프트웨어 인재 육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단기적 성과보다는 미래의 소프트웨어 시장을 선도할 인재 육성으로 새로운 시장의 변화를 준비하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물론 인재의 영입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그들이 성장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산업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하고 하드웨어와 운영체제, 소프트웨어를 융합하는 토털 IT 체계를 확보해야 한다. 이제 반도체, LCD 등 단품(單品) 판매로는 안정적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지식사회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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