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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투표 이후 복지 포퓰리즘 누가 견제하나

화이트보스 2011. 8. 25. 11:34

주민투표 이후 복지 포퓰리즘 누가 견제하나

입력 : 2011.08.24 22:21

 

24일 무상급식 범위를 정하는 서울시 주민투표에서 투표율이 투표 성립 요건인 33.3%에 미달된 25.7%에 머물러 투표함을 열지 못했다. 이로써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안한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해나가자는 방안은 폐기되고,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민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가 추진해온 소득 구분 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전면적 무상급식 정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오 시장은 전면적 무상급식의 저지에 나라의 앞날이 걸려 있다면서 이번 투표에서 질 경우 서울시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배수진을 쳤다. 그러나 서울 유권자 4명 중 3명은 아예 투표장에 가지 않았다. 양극화의 심화로 중간층이 무너져 삶이 고달파졌다고 느끼는 계층이 늘어나면서 사회 전반에 복지 수요가 커졌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서울 주민투표에서 이 같은 민심이 확인됨에 따라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치권의 복지 정책 전반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당장 6개 시(市)도(道)에서 시행 중인 무상급식이 다른 시·도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야당은 전면적 무상급식 같은 보편적 복지 정책을 보육과 의료를 비롯한 다른 분야로 확대하겠다고 밝혀왔고, 한나라당도 반값 대학등록금과 무상 보육을 주장해왔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여야는 앞으로 유권자들에게 더 많은 분야에서 더 많은 혜택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공짜 복지 아이디어를 경쟁적으로 쏟아내려는 유혹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주민투표 이후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정치권이 이번 투표 결과를 무상급식을 넘어 전면적인 복지 확대로 받아들이는 건 과잉해석이다. 평일에 실시된 이번 투표에서 투표장을 찾은 사람은 215만명이다. 휴일에 치러진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 시장을 찍은 208만명을 웃돌고 당시 무상급식을 내걸고 당선된 곽노현 교육감을 찍은 145만여명보다는 70만명 가까이 더 많다. 정치권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투표에 앞서 실시된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단계적 무상급식안에 대한 지지가 전면적 무상급식안에 대한 지지보다 20%포인트 안팎 높았다는 사실이다. 국민들은 복지 혜택의 확대를 바라지만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모조리 공짜로 해줄 것처럼 떠벌리는 정치권의 사탕발림 주장에 휩쓸려 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집권당인 한나라당은 이번 투표에서 드러난 민심을 종합적으로 살펴 중심을 잡아나가야 한다. 한나라당은 주민투표 캠페인 과정에서 시종 자중지란의 양상을 보였다. 겉으론 오 시장을 지지하는 것처럼 발표했으나 당의 신주류인 친박계와 소장파들은 잘못된 선택으로 당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오 시장을 비판했다. 가장 강력한 차기 대선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도 끝까지 오 시장 지원 발언을 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한쪽에선 무상급식 반대 캠페인을 하는데 다른 한쪽에선 무상보육 정책을 발표해 한나라당의 진짜 입장이 무언지 헷갈리게 만들었다. 한나라당은 앞으로 이 나라 우파 진영을 대표하는 정당으로서의 복지철학이 무엇인지부터 분명하게 세우고 그에 따른 정책의 우선순위와 재원 대책을 마련해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민주당도 이번 한 번 투표로 국민으로부터 보편적 복지 정책 전반에 대한 허가를 받은 것처럼 자만하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