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2.02 23:09 | 수정 : 2011.12.02 23:13
지난 11월 30일 현재 우리나라 수출액이 5000억달러를 넘어섰다. 1964년 연간 수출액이 처음 1억달러를 넘어선 이후 47년 만에 5000배로 늘어난 것이다. 세계 순위는 작년 8위에서 올해 이탈리아를 제치고 7위에 올라섰다. 오는 5~6일쯤에는 수입을 합친 무역액이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무역액 1조달러는 세계 아홉째 기록이다.
한국은 1953년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1960년대 초반까지 한국은 아프리카 대부분의 나라와 같은 처지였다. 봄이 찾아올 때마다 고픈 배를 움켜쥐고 보릿고개를 넘어야 했고, 겨울마다 배를 곯는 사람들이 쓰레기통에 버려진 복어 알을 주워 끓여먹다 목숨을 잃는 비참한 나라였다. 미국의 잉여 식량 공여 대책에 기대 겨우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처지였다. 그랬던 나라가 50년 만에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했고, 국민소득 2만달러를 뛰어넘어 선진국의 기본 틀을 갖춰가고 있다. 1997년 외환 위기와 2008년 금융 위기도 누구보다 빨리 헤쳐나왔다. 이런 '한강의 기적'을 낳은 핵심 동력이 바로 수출이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작년 경제성장률 6.2% 중 3.9%포인트가 수출에서 나왔다. 수출이 아니었다면 성장률은 2.3%에 그쳤을 것이라는 뜻이다. 수출은 제조업 전체 고용 403만명의 80%인 320만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우리 경제의 미래도 수출에 달려있다. 앞으로 급속한 고령화에 대비하고 빈부 격차·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고 복지 수준을 높여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 재원(財源)을 마련하려면 지속적인 성장을 해야 하고, 제조업에 기반한 수출산업의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한다. 유럽 위기 속에서 독일·스웨덴·스위스 경제가 유독 흔들리지 않고 있는 것도 강력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는 덕분이다.
무역 1조달러 시대의 또 다른 과제는 제조업의 40% 수준에 머물고 있는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국가 경제에서 60%의 비중을 차지하는 서비스산업이 지금처럼 낙후돼서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없고, 지속적인 성장도 어렵다.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을 제조업 수준으로 끌어올려 한국 경제가 다시 한 번 비상(飛上)할 전략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