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1.17 03:07 | 수정 : 2012.01.17 09:39
[민주당 지도부, 첫날부터 "한·미 FTA 폐기"]
협정 폐기는 대통령 권한… 6개월 전 美에 통보만 하면 돼
전문가 "국정 책임 세력되면 폐기에 상당한 부담 느낄 것"
한명숙 대표는 15일 대표 당선 이후 기자회견에서 "총선에서 승리해 한·미 FTA를 반드시 폐기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성근 최고위원도 "이 정부는 한·미 FTA 이행법안을 처리하면서 완전히 불평등 조약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강행 처리했다. 폭력이고 무효가 맞다"고 했다.
- 16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의. 전날 전당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문성근 최고위원(오른쪽)과 4위를 차지한 박지원 최고위원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박영선 최고위원은 "10+2 재협상을 요구하고 이것이 안 되면 폐기해야 한다"고 했고, 박지원 최고위원도 "정권 교체 후 폐기"를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이 4·11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고 해도 한·미 FTA의 폐기는 불가능하다. 외국과 맺은 협정의 폐기는 전적으로 국가원수의 권한이다. 국회에서 '한·미 FTA 폐기 결의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이는 정치적 행위일 뿐 이명박 대통령의 행동을 강제할 순 없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의 대통령 후보가 12·19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한·미 FTA 협정문에는 '이 협정은 어느 한쪽 당사국이 다른 당사국에 협정의 종료를 희망함을 서면으로 통보한 날로부터 180일 이후에 종료된다'고 규정돼 있다. 협정이 종료되기를 희망하는 날로부터 신임 대통령이 6개월 전에 미국에 통보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한·미 FTA 폐기를 내건 민주통합당 후보가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돼 2013년 2월 25일 취임 직후에 공약을 시행하면 6개월이 지난 후인 2013년 8월 말 한·미 FTA가 폐기될 수 있다. 이때 한나라당이 다수당이 돼있더라도 신임 대통령의 한·미FTA 폐기 통보를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문제는 한·미 FTA 폐기 결정이 사실상 한·미동맹 와해로 인식될 것이라는 점이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차기 대통령이 한·미 FTA를 폐기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한·미관계가 '올스톱'될 것"이라고 했다. 대북(對北)문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등에서 우리가 미국의 협조를 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또 다른 나라가 한국을 불신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선진국과 다른 협정을 체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개방 정도가 비슷한 한·EU FTA는 전혀 문제 삼지 않고, 유독 한·미 FTA만 찍어서 폐기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민주통합당이 집권 뒤에도 이 공약을 계속 밀어붙이기에는 국정 책임 세력으로서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