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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연대 쥐고 흔드는 통합진보당 강령·공약 들여다보니 "주한미군 철수… 30대 그룹, 3000개로 쪼개겠다"

화이트보스 2012. 3. 10. 21:19

야권연대 쥐고 흔드는 통합진보당 강령·공약 들여다보니 "주한미군 철수… 30대 그룹, 3000개로 쪼개겠다"

  • 박국희 기자
  • 입력 : 2012.03.10 03:01

    민노당 급진노선 대부분 계승 - 한미동맹 해체·파병 금지, 군복무 12개월로 단축
    "부자 증세와 대기업 해체" - 삼성을 전자·금융으로 분리… 청년실업자에 月 60만원

    통합진보당은 4월 총선을 통해 원내 교섭단체(20석)를 달성하고 12월 대선에서 민주통합당과 연대해 정권을 나눠 갖겠다는 목표를 가진 정당이다. 노동자 정당, 이념 정당을 넘어 집권당의 한 축이 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와 합쳐 작년 12월 창당하기 이전의 전신인 민주노동당 시절의 급진적 정책과 노선을 거의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대중 정당을 지향한다면서 이념·소수자 정당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해체

    통합진보당은 강령에서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의 해체, 국군 해외 파병 금지를 주장한다. 남측이 먼저 군비를 동결해 남북 상호 군비를 축소하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겠다고 주장한다. 또 기존에 맺은 모든 불평등 조약과 협정을 개정하거나 폐기해 미국과 중국 중심의 국제 질서를 극복하겠다고 한다. 여기에는 한·미 주둔군지휘협정(SOFA), 한·미 FTA 등이 포함된다.

    총선 공약에는 군 복무 12개월 단축도 들어가 있다. 2015년까지 북한 핵무기를 외국으로 이전하고 북·미 수교를 완결하면 2020년까지 12개월 단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신 사병 임금은 11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말한다. 연간 1조3000억원가량인 주한미군 주둔분담금을 연차적으로 없애고, 제주 해군기지 역시 백지화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또 한·미 FTA를 '망국적'이라면서 폐기하겠다는 게 당론이다. 이 같은 통일·국방·외교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평화통일부총리'를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을 둘로 분리하고 30대 재벌 3000개로 쪼개겠다"

    통합진보당이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는 '부자 증세, 재벌 해체'로 표현되는 경제 개혁이다. 이들은 '재벌법'을 만들어 "재벌 1위 삼성그룹을 전자와 금융으로 분리해 더욱 튼튼하게 발전시키겠다"고 총선 공약으로 내놓은 상태다. 30대 재벌 기업을 해체해 3000개의 전문 기업으로 만든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시켜 현대중공업·한화그룹을 해체하고, 지주회사 설립 요건을 강화해 SK·LG·두산그룹을 해체한다는 식이다. 또 롯데와 한진그룹 등이 업무와 무관한 계열사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면서 '재벌세'를 신설해 분리하겠다고 한다. 대기업 그룹별 상황에 맞춰 맞춤형 정책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 폐기하라”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통합진보당 조준호 공동대표(오른쪽) 등이 ‘핵발전소 폐쇄촉구’를 위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정희 공동대표는 "맞춤형 규제로 10대 재벌을 해체하겠다"고 했고, 유시민 공동대표는 "재벌들의 행태는 마치 뱀파이어 같다"고 했다. 그러나 성장과 수출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 이미 구조적 저성장 체질로 들어선 상황에서 어떤 신성장 산업을 육성할 것인지에 대한 얘기는 아예 없다.

    통합진보당은 토지와 주택의 공개념도 강화하겠다고 한다. '토지공영제, 사회주택'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복지 확대 공약도 무차별적으로 내놓고 있다. 청년실업자에게 월 6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만 6세 미만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지급, 기초노령연금을 20만원 수준으로 두 배 인상하고, 최저임금도 월 135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내용이다. 또 월세 15만원의 공공원룸 10만호, 공공기숙사도 10만호를 짓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들어가는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해서는 부자 증세를 통한 조세혁명 외에는 뚜렷하게 내놓은 게 없다.

    통합진보당은 작년 12월 민노당·국민참여당·진보신당 탈당파가 합쳐 만들어진 정당이다. 이정희 공동대표 등은 이념 정당을 접고 수권 가능한 대중 정당으로 가겠다고 말하고 있다. 민주통합당과 연대할 경우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그런 정당이 한·미동맹 및 대기업 해체를 주장하면서 야권 연대를 무기로 제1야당 민주당을 끌고 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