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4.10 03:08
② 우수 경찰 112로 오게… 인센티브 강화하자
③ 수사경험 경찰 우선 배치, 제대로 교육하자
④ 신고자 응답 없어도 출동… 매뉴얼 만들자
⑤ 신속하게 대처… 112에 지휘기능 부여하자
"112센터는 1년 쉬는 자리" 경찰들 인식부터 바꿔야
"상황별로 질문 순서 정해 구체적인 매뉴얼 만들어야"
"신고접수, 순간 판단력 요구… 경험 많은 베테랑 필요"
지난 1월 25일 새벽 3시 43분. 미국 오하이오주(州) 웨이크먼 휴런카운티 911 센터로 걸려온 전화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전화를 받은 대원이 "경찰이 필요합니까. 구급차가 필요합니까"라고 질문을 던지자 수화기 너머에서는 "안돼! 안돼!" 하는 여성의 비명과 남성이 욕하는 소리만 들려왔다. 신고받은 대원은 곧장 위치 추적을 통해 경찰 출동을 요청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20대 여성을 때리고 성폭행하려던 남성을 체포했다.
미국의 응급전화인 911 신고에는 연간 2억4000여만 통이 접수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유선전화와 2008년 이후 출시 휴대폰에 대해서는 911에 전화만 걸려오면 곧바로 위치 추적되도록 했다. 이 여성도 신고 접수 대원의 기민함과 정교한 위치 추적 덕분에 살아난 것이다.
미국의 911 시스템은 과학적이고 철저한 시스템으로 이뤄지지만 우리 112 시스템은 '수원 사건'에서처럼 기본부터 엉망이다. 본지는 9일 현직 경찰 16명과 경찰행정학 전공 교수 14명 등 모두 30명을 대상으로 112 시스템 개혁의 제안을 들어봤다.
이들은 우선 112 전화가 신고를 받으면 자동으로 위치 추적이 가능하게 하는 기술 혁신은 물론 시스템의 효율화, 전문성 및 교육의 강화, 적절한 포상제도 등의 다섯 가지 제안을 내놨다.
미국의 응급전화인 911 신고에는 연간 2억4000여만 통이 접수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유선전화와 2008년 이후 출시 휴대폰에 대해서는 911에 전화만 걸려오면 곧바로 위치 추적되도록 했다. 이 여성도 신고 접수 대원의 기민함과 정교한 위치 추적 덕분에 살아난 것이다.
미국의 911 시스템은 과학적이고 철저한 시스템으로 이뤄지지만 우리 112 시스템은 '수원 사건'에서처럼 기본부터 엉망이다. 본지는 9일 현직 경찰 16명과 경찰행정학 전공 교수 14명 등 모두 30명을 대상으로 112 시스템 개혁의 제안을 들어봤다.
이들은 우선 112 전화가 신고를 받으면 자동으로 위치 추적이 가능하게 하는 기술 혁신은 물론 시스템의 효율화, 전문성 및 교육의 강화, 적절한 포상제도 등의 다섯 가지 제안을 내놨다.
조현오 경찰청장·서천호 경기청장 동반 사퇴 - 9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조현오 경찰청장(오른쪽)이 수원 20대 여성 토막살인 사건 유족들을 만나“책임 있는 모든 사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사과했다. 이에 앞서 조 청장은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서천호 경기지방경찰청장도 이날 부실 수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혔다. /이준헌 기자 heon@chosun.com

휴대전화를 통한 위치 추적은 크게 두 가지. '휴대전화가 연결된 기지국'을 통한 추적과 'GPS(위성 이용 위치 추적 장치)를 통한 추적이다. 수원사건에서 활용된 기지국을 통한 위치 추적은 범위가 반경 500~600m (도심의 경우)로 너무 넓어 찾기가 어렵다. 반면 GPS를 통한 위치 추적은 추정 범위가 15~50m로 더 정교하다. 하지만 항상 GPS를 켜놔야 하는데 배터리 등이 빨리 소진돼 사람들이 늘 켜두지를 않는다.
김영식 서원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평소에 GPS를 꺼두더라도 112를 누르면 곧바로 GPS가 켜져 연결되는 기술을 개발해 휴대폰에 적용하면 112 신고에 아주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GPS는 위성 신호를 잡아 작동하기 때문에 실외나 바깥으로 통하는 창 근처에서 휴대폰을 켜놔야 한다. 이번 사건 현장처럼 외부로 향하는 창문이 없을 경우엔 GPS 추적은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단 휴대폰이 실내에 있더라도 와이파이(근거리무선통신망)에 연결된 경우는 반경 50~100m 오차범위로 위치를 추적할 수 있긴 하다.
②112 센터요원에게 상벌제 만들어 제대로 포상하자
현직 경찰들은 “112신고센터는 경찰들에게 ‘1년 쉬다 오는 자리’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서울청 소속 한 경찰관은 “늘 긴장 상태로 근무해야 하지만 처우도 안 좋고, 범인을 검거할 경우 공은 모두 현장 경찰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우수한 경찰들이 112신고센터에 지원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자고 제안했다. 조병인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12신고센터에 근무하면 승진에 가산점을 준다든지 큰 사건을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신고 업무를 담당한 경찰관에게는 포상을 주는 등의 유인 동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③베테랑 뽑아 제대로 교육하자
김영식 서원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112센터는 지구대에 근무하던 중 퇴직이 가까워져 오는 행정 경찰들을 우선 배치하는 등 한직(閑職)으로 분류돼 왔다”고 말했다. 경비 부서 인력 중심에서 수사·형사과에 근무했던 경찰을 우선적으로 배치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신고 접수는 순간 판단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경험 많고 유능한 베테랑 형사과 출신 경찰들을 배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문성을 가질 수 있도록 아예 센터 요원을 따로 뽑자는 의견도 있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상황실에서 현장의 긴급함을 전할 수 있는 능력이 배양된 인재들을 따로 뽑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④매뉴얼 제대로 만들자
미국 인디애나주 911신고센터 매뉴얼을 보면 신고자가 전화를 오랫동안 할 수 없는 상황을 대비해 6단계의 질문 순서도 정해놨다. 우선 신고자에게 단순히 ‘어디세요’라고 하지 않는다. 정확한 길을 묻고, 그것이 안 되면 실내인지 외부인지를 묻고, 다음엔 가장 가까운 건물은 무엇인지를 묻는다. 이어 길에서 가까울 경우 도로인지 인도인지, 골목인지를 묻는다. 또 범행장소를 묻기 위해선 공터인지, 상업적인 건물인지 등을 묻도록 하고 있다. 박현호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12신고센터는 어떤 사람이 와도 정확하게 일을 해낼 수 있도록 매뉴얼화, 시스템화돼 있어야 한다”며 “상황별로 필요한 요소를 어떻게 얻어낼 수 있는지 매뉴얼을 구체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⑤112에 지휘 기능 부여하자
현행 시스템하에서는 112센터는 신고를 접수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선 경찰서나 지구대, 순찰차에 지령을 전달하는 역할만 한다. 이 시스템의 문제는 성폭행·살인처럼 긴박한 사건이 진행 중인 경우 지령을 받은 경찰들이 간부에게 보고하고 지휘를 받는 사이 수사가 지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급 상황에서는 112센터에서 현장에 출동한 형사들에게 직접 지휘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이윤호 교수는 “112센터에 방범·수사·형사 경험이 있는 인력들을 전진 배치한다면 112센터에 지휘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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