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4.13 23:05 | 수정 : 2012.04.13 23:26
한명숙 민주당 대표가 13일 "이번 총선서 국민의 열망을 받들지 못한 데 대해 무한 책임을 진다"면서 사퇴했다. 민주당은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대위 체제 또는 대행 체제로 갈 것을 결정할 예정이며, 지난 1월 당대표 경선에서 2위를 했던 문성근 최고위원이 임시 직무대행을 맡는다.
한 대표는 총선 막판 불거진 김용민 후보의 저질 막말 파문에 대처하지 못해 선거 패배를 자초했다는 당내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관리형 대표였던 한 대표에겐 야권 지지층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나꼼수 출신 김 후보의 공천을 철회하는 문제를 책임지고 결정할 정치적 권한이 없었다고 봐야 한다. 이번 총선서 새누리당이 정권 심판론의 거센 역풍을 뚫고 선전(善戰)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상 대선 주자로 굳어진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전면에 나섰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총선 패배 원인을 진단하고 그걸 바탕으로 대선 전략을 짜려면 주자(走者)들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미 FTA 재협상이나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등 입장을 대선까지 밀고 갈지를 정할 수 있는 사람은 손학규·정세균 전 대표, 문재인 고문, 김두관 경남지사 같은 실세 주주들뿐이다. 야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정치권 밖에 머물러 있다. 먼저 민주당 내 주자들끼리 경쟁을 거친 뒤 안 교수와 후보 단일화 과정을 밟을 것인지, 아니면 안 교수를 조속히 당으로 영입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라도 대선까지 남은 8개월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북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13일 "대단히 잘못된 것으로 매우 유감스럽다"고 한 반면, 통합진보당 우위영 대변인은 북한엔 아무 말 않고 "(대북)제재는 한반도 긴장 완화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민주당이 대선 때도 이렇게 입장이 다른 진보당과 공동 정부 구성을 전제로 연대(連帶)를 이어갈지도 대선 주자들 간 노선 경쟁을 통해서만 답을 구할 수 있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서 야권 연대를 한 것은 야권 성향 표를 하나로 묶었다는 면에선 득(得)이 됐을지 모른다. 그러나 민주·진보 연대는 반대편인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해 결집시키는 역풍을 몰고왔고, 특히 안보 의식이 높은 강원도에선 9석을 새누리당이 싹쓸이하는 결정적 원인이 됐다. '한명숙 대표 이후' 민주당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총선에서 패하게 된 진짜 이유가 뭔지를 찾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