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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민주당대표 사퇴

화이트보스 2012. 4. 14. 10:40

한명숙 민주당대표 사퇴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13일 “이번 총선에서 새로운 변화를 향한 국민의 열망을 제대로 받들지 못한 데 대해 무한책임을 지겠다”며 대표직을 사퇴했다. 1·15 전당대회에서 대표직에 취임한 지 89일 만이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원내 1당 진입과 정권교체를 이끌 ‘관리형 대표’로 선출됐지만 리더십 부재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과 선거운동을 하면서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악전고투했지만 목표를 이루는 데는 미흡했다”며 “이 모든 부족함은 대표인 저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당헌·당규는 대표 사퇴시 2개월 안에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도록 돼 있다.



▼ 韓대표 89일만에 낙마… 非盧-親盧 당권 다툼 불 붙을듯 ▼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13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에 따라 민주당은 즉각 새 대표 선출 때까지 당을 추스르고 전당대회를 준비할 임시지도부 구성을 놓고 갑론을박을 시작했다.

우선 1·15 전대 득표 순서에 따라 2위를 한 문성근 최고위원이 대표 직무대행을 맡을 가능성이 많다.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한 박지원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중지를 모은다면 따르겠다”고 말했다. 최고위원들은 14일 회의를 열어 동반사퇴를 할지, 아니면 남아서 전대를 준비할지를 논의할 예정이다.

현 지도부가 총사퇴할 경우엔 중진 의원 가운데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명할 수도 있다. 비대위원장으로는 이해찬 상임고문,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 김한길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김진표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든지, 아니면 다음 주 초로 예정된 ‘19대 총선 당선자 대회’에서 새 원내대표를 뽑아 대표대행을 맡기는 방안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김 원내대표에 대해 “총선 전엔 시민단체 출신들로부터 ‘공천 배제’ 압박을 받더니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되자 이번엔 임시 당대표로 거론되고 있다. 중심을 못 잡고 있는 민주당에서 계속 코미디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혀를 찼다.

당 대표 경선이나 대표대행 선정 과정에서는 헤게모니를 뺏기지 않으려는 친노(친노무현) 진영과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옛 민주계의 치열한 격돌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호남 출신 의원들은 공천과정에서 ‘옛 민주계-호남 학살론’을 제기하면서 친노 진영에 강력하게 반발한 바 있다. 당내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시민사회세력과 한국노총, 이번 총선을 통해 대거 생환한 486들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도 주목된다.

대권주자들 간 경쟁이 조기에 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상임고문, 김두관 경남지사 등이 치열한 힘겨루기를 벌이면서 당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격랑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조기 등판론이 당내에서 확산될 수도 있다.

한 대표는 1·15 전대에서 압도적인 표 차로 1위를 했다. ‘추대’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대표로서의 지난 3개월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공천과정에서 ‘노이사’(친노-이화여대-486) 중심 공천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선거 막판에는 막말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김용민 씨 처리를 놓고 우왕좌왕했다. 결국 선거 초반 단독 과반(151석 이상)까지 내다봤지만 과반은커녕 원내 제1당까지 새누리당에 내주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민주당 어디로’… 상임고문단 회의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오른쪽에서 세 번째)와 당 중진원로그룹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비공개 상임고문단회의를 열고 한 대표의 거취와 총선 후 정국 운영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한 대표는 전날 밤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한 데 이어 이날 사퇴 선언 전엔 상임고문단 회의를 열어 자신의 거취와 당 운영방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그러나 손에 ‘피’ 묻히기를 꺼렸기 때문인지, 유력한 당내 대권주자인 문재인 손학규 정동영 고문은 나란히 불참했다. 신기남 이부영 고문은 “혼자 책임질 일이 아니지 않나”라고 만류했지만 정대철 고문은 “리더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실기해서는 안 된다”며 사퇴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 측은 “한 대표는 일찌감치 마음을 비웠지만 무작정 던질 수만은 없는 것 아니냐”고 설명했지만 당내에선 “붙잡아달라는 뜻 아니냐”는 반발 기류가 거셌다. 일각에선 “비례대표 의원직까지 던져야 한다”는 강경론이 있지만 “한 대표가 고생한 만큼 의원직 사퇴까지 요구하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