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보쉬 50대50 합작한 SB리모티브 작년 1755억 손실… 세계 1위 LG화학도 부문 적자
전기차시장 활성화 늦어져… 업계 "2017년 돼야 흑자 가능"
삼성SDI와 독일 보쉬가 50 대 50으로 합작 설립한 전기차 배터리업체 SB리모티브는 지난해 매출 306억원에 영업 손실 1755억원을 기록했다. 손실 규모는 매출의 5배가 넘었고, 매출 원가는 매출의 두 배에 가까운 581억원에 달했다. 전기자동차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막대한 투자를 했지만 전기차시대는 여전히 멀다.◇머나먼 전기차시대… 배터리업체 고전
SB리모티브는 2008년 설립됐다. 2010년 11월 울산공장을 완공하고 양산에 들어갔다. 지난해부터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정상 궤도에 올라서지 못한 상태. 시장은 활성화하지 않은 반면, 연구·개발비만 1175억원을 쏟아부은 탓에 적자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용 배터리를 만들 땐 초기 제안 단계인 A샘플부터 양산 수준인 D샘플까지 시험 생산을 하는데 이 과정에 투입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양산 모델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샘플만 만들다 보니 실적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SB리모티브 관계자도 "크라이슬러 등에 배터리를 일부 공급하고 있지만 양산까지는 먼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분야 세계 1위인 LG화학도 사정이 좋지는 않다. LG화학은 지난 2010년 6월 전기차 배터리 양산에 나섰다. 규모도 커서 미국 GM의 전기차 '쉐보레 볼트' 10만대(연간)에 들어갈 수 있는 생산량을 갖춘 공장이다. 하지만 이익을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며, 지난달엔 GM이 재고를 줄인다며 전기차 생산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LG화학은 작년 3분기부터 전기차 배터리사업이 흑자로 돌아섰다고 발표했지만 업계에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이 회사는 전기차용 배터리사업 실적만 따로 발표하지 않고 디스플레이용 소재, 휴대폰·노트북용 소형 전지를 묶어 발표한다. 박선혜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부문 실적은 전체적으로 적자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 7월 분사할 것으로 알려졌던 배터리 부문에 대해 회사 측이 "구체적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도 부진한 실적을 감추기 위한 것 아니냐고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2017년에야 흑자 전환 예상
SK이노베이션도 석유 개발, LCD(액정표시장치)용 광학 필름 등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지난해 석유 개발을 제외한 사업이 매출 1700억원, 영업 손실 1753억원을 기록했다. 자동차용 배터리 부문은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업체들이 실적이 안 좋으니 다른 사업과 뭉뚱그려서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의 실적에 실망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많이 나온다. 배터리업체 대부분이 2017년에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그때까지는 얼마나 손실을 줄이고 기술을 축적하느냐 싸움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B리모티브는 올해 말부터 BMW에 배터리를 대량 공급할 예정"이라며 "고유가가 지속되면 전기차가 순식간에 히트 상품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