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4.24 23:03 | 수정 : 2012.04.24 23:14
삼성 형제 간 싸움이 어떻게 되느냐가 나라 전체의 화제가 된 지 오래다. 그도 그럴 것이 1938년 창업한 삼성그룹의 2010년 총매출은 260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2%를 차지하고,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25%, 수출의 24%를 점하고 있다. 선진국 가운데 대한민국처럼 나라의 경제가 한 기업에 기대는 경우는 어디에도 없다. 삼성·신세계·CJ·한솔 등 이건희 회장 형제 자매들 기업의 자산을 합하면 430조원에 이르고 총매출은 320조원을 넘어 전체 국부(國富)의 3분의 1에 육박한다.
범(汎)삼성가는 이런 통계를 삼성가(家)가 대한민국 국민을 먹여 살려왔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삼성 쪽의 일방적 생각일 뿐이다. 1960년대 우리가 대기업을 키워 경제를 일으키겠다는 개발방식을 도입한 이래 대한민국 재벌은 막대한 특혜를 받아왔다. 일반 국민들이 은행 돈 냄새조차 맡기 힘든 시절 재벌들은 연(年) 50%가 넘는 시중 금리의 5분의 1에 지나지 않는 이자로 천문학적인 정책 자금을 은행에서 갖다 썼다. 정부는 또 대기업을 키우려고 각종 세법(稅法)에 대기업을 우대하는 항목을 신설했고, 외국 상품에 대한 수입허가제를 통해 국민들이 비싼 값으로 썩 질(質)이 좋지 않은 국산품을 사용하도록 장려하며 보호 울타리를 쳐주기도 했다.
한국의 재벌들은 오너들이 생각하듯 자신들의 창의(創意)와 혁신(革新)만으로 오늘의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니다. 한국 재벌의 오늘은 기업주(企業主)의 노력, 정부 지원, 국민의 희생, 임직원의 헌신(獻身)이라는 4자(四者)의 공동작품이다. 지금껏 국민들은 이런 희생을 억울하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세계 유명 기업들과 어깨를 겨루는 우리 기업을 자랑스럽게 여겨왔다. 현재도 국민은 삼성과 삼성 관련 그룹들이 생산하는 제품을 먹고 입고 마시고 사용하는 최대의 고객이다.
그러나 요즘 벌어지는 삼성가의 소송 모습에선 삼성이 최대의 지원자이자 최대의 고객인 국민을 존중하며 어렵게 대하는 태도는 찾기가 힘들다. 소송을 건 쪽과 소송을 당한 쪽 간에 주고받는 말의 수준은 국민을 민망하게 만들고, 말의 내용은 너무나 적나라해 자라나는 세대가 앞으로 우리 기업과 기업인을 어떻게 보게 될지 걱정하게 만든다. 더욱 걱정스러운 현상은 한국 엘리트들이 집결해 있는 삼성가 기업의 임직원 어느 누구도 기업 총수와 기업의 자해(自害) 행위에 지나지 않는 이런 소송의 양태에 제동을 걸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현실이다.
삼성가 기업의 이런 내부 문화가 기업의 생사(生死)와 존망(存亡)을 좌우하는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보여주는 증거라면, 장래 어느 날 삼성가 기업이 세계시장 경쟁에서 마주치게 될 위기까지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삼성가 사람들은 최대의 지원자인 국민을 무섭게 알고 최대의 고객인 국민을 어렵게 여기는 자제력(自制力)을 발휘해야 한다. 삼성가 사람들은 지금 국민에 대한 예의(禮儀)를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