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5.05 03:05
진보당 비례 경선 부정에도 "모욕 말라" 적반하장
유시민·심상정은 "상식에 反하는 일" 이정희 공격
비례대표 사퇴 놓고 심야 격론… 1번 윤금순은 사퇴
진보당 비례대표 승계후보 3명 심야 줄사퇴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는 4일, 지난 3월 진행된 비례대표 당내 경선이 '총체적 부정·부실선거'였다는 당내 진상조사위의 조사결과 발표를 정면 부정하고 조사위를 격하게 비난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당 전국운영위원회에서 진상조사위 발표내용에 대해 "불신에 기초한 의혹만 내세울 뿐 합리적 추론도 초보적인 사실확인도 하지 않은 조사방식"이라며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진상조사위에는 당원을 모함하고 모욕을 줄 권한이 없다"며 "당원 한 사람의 명예라도 헌신짝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원들이 비난받는 현실은 참기 힘든 고통"이라며 "과연 누가 진보정치에 십수년 몸바쳐온 귀한 당원들을 부정행위자로 내몰 수 있느냐"고 말했다.
-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가 4일 국회도서관에서 당 전국운영위회의를 준비하면서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진보당은 총선 다음 날인 지난 4월 12일 진상조사위를 구성, 전권을 부여했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조준호 공동대표는 4월 17일부터 조사를 시작, 지난 2일 조사결과를 발표했고 3일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내용의 부정선거" 결과를 공개했다.
당권파를 대표하는 이정희 대표가 자신이 구성하고 전권을 부여한 진상조사위가 '당원의 명예를 헌신짝처럼 취급했다'고 비난한 것이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이정희 대표의 행동은 진보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자신들이 민주주의와 도덕성을 외치더니, 이번 진보당 당내 경선은 당내 민주주의의 절차와 과정이 망가졌고 도덕성도 망가졌다는 것을 보여주는데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와 진보당의 당권파를 이루고 있는 NL(민족해방·범주체사상)계가 “바깥세상과는 고립된, 자신들만의 ‘닫힌 세계’에 빠져 자신들은 절대선(善)이라는 오만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번 사태는 전적으로 썩어빠진 구민노당 계열의 책임”이라며 “문제의 본질은 부정선거가 저질러졌고 그 짓을 획책한 세력이 있으며 그들은 반성을 모른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진보의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당권파 운영위원들은 이날 운영위원회에서 ‘부실 조사’라며 고함을 지르는 등 격렬하게 항의했다. 한 당권파측 운영위원은 “진보 정당을 하려면 국민의 눈높이가 아니라 당원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했다.
당권파측의 이런 행태에 대해 참여당 출신으로 비당권파인 유시민 공동대표는 “상식에 반하는 일”이라며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고 대화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들지 못하면 당의 앞날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역시 비당권파인 심상정 공동대표도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대목은 내부의 조직 논리와 국민과의 소통 논리 사이의 괴리”라며 “폐쇄적인 조직 논리, 내부 상황 논리가 우리 치부를 가리는 낡은 관성과 유산을 척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비당권파로 비례대표 1번을 받았던 윤금순 당선자(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가 사퇴했고, 비례대표 8·11·13번 이영희·나순자·윤난실 후보도 사퇴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당권파인 비례대표 2번 이석기, 3번 김재연 당선자는 사퇴하지 않았고 아무런 말도 없었다.
- 진보당 비례3번 김재연은 '제2의 이정희' 배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