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5.04 23:03
박 의원은 총선 전은 물론 총선 이후에도 친노 세력의 공천 독식(獨食)과 독선적 당 운영을 비판해왔다. 그랬던 박 의원이 친노·비노(非盧) 연합을 형성한 것이다. 그러나 박 의원이 결선투표로 가서 그것도 7표밖에 앞서지 못한 것은 그만큼 친노·비노 밀약에 대한 당내 반발이 컸다는 얘기다.
박 원내대표는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내달 전당대회도 책임지고 치러야 한다. 민주당이 한 달 후 당 전체를 대표하고 국민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새 지도부, 그리고 이들이 중심이 되어 대선에서 이길 후보를 뽑을 수 있느냐에 야당의 앞날이 걸려 있다.
현재 민주당 대선 주자 경합 판도는 친노의 문재인 고문이 앞서가고 있다. 그러나 문 고문은 자신의 거점인 부산에서조차 다른 민주당 후보를 당선시키지 못하고 사실상 혼자 당선됐다. 이번에도 그는 친노와 비노가 손잡고 박 원내대표를 당선시켜 대선 구도상으론 다소 유리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지원 이해찬 밀약'에 대해 당장 당내 다른 주자들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런 반발은 당 밖으로까지 번진 상황이다.
민주당은 10년 전 김대중 정부 인기가 바닥인 상황에서도 무명과 다름없던 노무현 후보가 이인제 대세론을 뒤엎는 돌풍을 일으켜 지켜보는 국민 손에 땀을 쥐게 하였다. 민주당이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무너뜨릴 수 있었던 것은 이 경선 드라마의 박진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 안에서는 그럴 만한 배우도 그럴 만한 무대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박 원내대표는 "전당대회를 공정하게 치르겠다"고 다짐했다. 후보 경선의 공정성 확보는 필요조건일 뿐이다. 민주당은 그것 이상으로 모든 후보가 아무런 사전(事前) 각본 없이 살아있는 경선 무대를 만들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지지율에 통합진보당 지지율을 합산하는 단순 승리 방정식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임이 입증됐다. 박 원내대표의 최대 과제는 민심(民心) 위에 당을 세우고 그런 당심(黨心) 위에 국민 마음을 얻는 대선 후보를 세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