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5.06 16:07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전국운영회의에서 정회를 선언한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205/06/2012050600810_0.jpg)
네티즌 사이에서는 ‘진보의 아이콘’ 이정희 대표를 트위터에서 ‘언팔(트위터에서 해당 인물의 글을 더는 보지 않는 것)’하자는 운동까지 벌어졌다. 운영위 17시간동안 통합진보당에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정희 “진상조사위 결론, 문제 있다”며 ‘앵무새’같은 말만 반복
4일 오후 이 대표는 “진상조사위원회의 부실조사, 밀어붙이기식 결론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회의를 시작했다.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던 입장을 하루 만에 뒤집은 셈이었다. 이 대표 옆에 앉은 유시민, 심상정 공동대표의 표정이 눈에 띄게 일그러졌다.
이때부터 시작된 ‘진상조사위 보고서에 대한 문제 제기’는 5일 새벽까지 끝날 줄은 몰랐다. 다른 운영위원들이 “보고서 얘기는 종결하고, 토론을 거쳐 비례대표 총사퇴 안건 표결로 넘어가자”고 수차례 이야기했지만, 이 대표는 “아직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라며 같은 말을 수 시간 동안 되풀이했다.
◇유시민·조승수·강기갑 “회의 진행하자” 호소했지만…
‘정상적인’ 진행을 요구하던 운영위원들은 작심한 듯 할 말을 쏟아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유시민 대표였다. 유 대표는 이 대표에게 “표결을 안 하고 싶으신 것 같다”며 일침을 가했다. 유 대표는 “당이 어려워졌고, 여러 문제가 생겼다”며 “그 문제가 진상조사 보고서만큼 심각하든 아니든, 우리는 지금 국민께 버림받을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유 불문하고 지금까지 당을 맡고 책임지신 분들이 놓아야 한다”며 “의장께서 회의 규칙에 따라 회의를 진행하길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조승수 의원 역시 “회의 진행과 관련된 독단과 독선이 정말 지나치다”며 분노했다. 조 의원은 “사회권을 넘기던지, 명확하게 어떻게 진행을 해서 처리하겠다고 얘기를 하라”며 이 대표를 질타했고, “본인이 주관적으로 판단해서 표결에 부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말 지나친 독단”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평소 알고 있던 이 대표가 아닌 것 같다”며 참담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요지부동이었다.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핵심으로 알려진 우위영 대변인은 “의장의 사회권에 대해 거론하는 것은 과하다. 조급하게 처리하려고 하는 의도가 이해가 안 된다”며 이 대표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한동안 말이 없던 강기갑 의원도 ‘쓴소리’를 했다. 강 의원은 “오늘 당권파니 하는 이런 말을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지금은 내려놓아야 할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포기할 때는 포기하고, 죽을 때는 죽어야 한다”며 “그것이 통합진보당의 새싹을 틔우고, 회생을 시킬 수 있는 용단이자 결단이다. 정중하게 간곡하게 부탁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표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던 이 대표는 이후 정회를 선포하고 대표단 회의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와 “의장직을 사퇴한다”며 자리를 떠났다.
◇욕설·고성으로 얼룩진 회의
회의장에는 노골적인 욕설도 터져 나왔다. 금속노조 위원장인 박상철 운영위원은 이 대표에게 “(이 대표 지지자들로부터) 이 대표에게 욕을 했다는 항의를 받았다”며 “제가 이 대표에게 XX이라고 욕했습니까? XX이라고 욕을 했느냐고요”라고 물었다. 이 대표는 “솔직히 오전에 매우 거친 말을 들었다”고 했고, 이를 지켜보던 참관인들은 “박상철, 이리로 나와 이 XX야”라는 욕설이 튀어나왔다.
진상조사위원회를 맡은 조준호 공동대표에게도 욕설이 쏟아졌다. 대부분 당권파 소속인 50여명의 참관인은 회의 도중 조 대표에게 “조준호, 이리 나와봐”, “네가 보고서 잘못 만들어서, 이 XX야”, “형사고발 해, 형사고발” 등 막말을 퍼부었다. 이에 다수의 운영위원이 “회의 진행에 방해된다”며 참관인들을 퇴장시켜달라고 요청했으나, 이 대표는 “당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야 한다”고 거부했다. 이들은 이 대표의 발언 때는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이날 회의는 유시민 대표의 말 한마디로 요약됐다. 유 대표는 “어느 당원, 어느 국민이 이를 국회 제3당의 토론이라고 이해해줄까”라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