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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론'과 '당선 가능성'

화이트보스 2012. 5. 15. 13:24

'대세론'과 '당선 가능성'

  • 홍영림 여론조사팀장

  • 입력 : 2012.05.14 22:48

    홍영림 여론조사팀장

    최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지율이 초강세(超强勢)다. 5월 들어 갤럽, 미디어리서치, 리얼미터 등이 실시한 대선후보 양자(兩者)대결 조사에서 모두 박 위원장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앞섰다. 박 위원장은 '안풍(安風)'이 불기 시작했던 지난해 9월 이후 줄곧 안 원장에게 뒤졌지만 7개월 만에 이를 뒤집었다. 14일 발표된 갤럽 조사에선 박 위원장(47%)이 안 원장(38%)을 9%포인트나 앞섰다.

    이런 판세 변화에는 4·11 총선에서 박 위원장이 이끈 새누리당의 승리뿐 아니라 야권연대의 한 축인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 경선 파문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얼마 전 안 원장의 부친이 아직 장외(場外)에 있는 안 원장이 야권 후보와의 경선이 아닌 추대로 대선 후보가 되기를 바라는 속내를 언론에 밝힌 것이 야권 지지층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는 분석이 있다. 박 위원장으로선 호재(好材)가 겹친 것이다.

    또 눈길을 끄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묻는 조사에서 박 위원장이 안 원장을 압도하고 있는 점이다. 지난 4월 말 시사저널과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으로 보는가"란 설문에 50%가 지목한 박 위원장이 23%에 그친 안 원장을 두 배 이상이나 앞섰다. 많은 유권자들이 박 위원장이 '대세(大勢)'임을 인정하는 분위기란 것을 확인해주는 조사 결과다. 일각에서는 유권자들이 예측한 당선 가능성이 '대세론'의 강도(强度)를 측정하는 척도라고 주장한다. 사표(死票) 방지 심리로 인해 당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후보에게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표(票)가 더 쏠리기 때문이란 것이다.

    과거에도 지지율 1위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측됐고, 결국 승리를 거둔 전례가 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1년 이상 지지율 선두였던 이명박 후보는 당선 가능성에서도 선두를 빼앗긴 적이 없었다. 1997년 대선을 5개월 앞두고 지지율 1위에 오른 김대중 후보도 끝까지 당선 가능성 1위를 지켰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 다음날인 11월 25일에 실시한 갤럽 조사에서 지지율은 노무현 후보(44%)가 이회창 후보(37%)보다 우세했지만, 당선 가능성을 물은 설문에서는 이 후보(58%)가 노 후보(28%)를 크게 앞섰다. 그때까지 '이회창 대세론'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후보 단일화가 '반짝 효과'에 그칠 것으로 생각한 유권자들이 많았던 것이다. 이런 흐름은 곧바로 돌입한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에도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당선 가능성이 높다면서 승리를 자신했던 이 후보 지지자들은 끝까지 느긋했던 반면, 절박한 심정이던 노 후보 지지자들은 투표장으로 몰려가는 바람에 '당선 가능성'이 '당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처럼 10년 전 강력했던 '이회창 대세론'은 그가 누구를 상대할지 구도(構圖)가 짜인 뒤에 오히려 지지층의 결집력을 약화시키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박근혜 대세론'도 철옹성일지 모래성일지는 여야(與野) 대진표가 확정된 뒤에야 판가름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