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6.09 03:31 | 수정 : 2012.06.09 19:54
'말' 수집가 그로시 '절대' 들어간 2000여개 격언 모아 생활에 적용 가능한 조언·충고로 엮어
마디 그로시 지음|문수민 옮김|21세기북스|368쪽|1만5800원
'절대'라는 단어로 시작하는 명언들만 모아놓은 독특한 책이다. 저자 마디 그로시는 물건 대신 '말'을 모으는 수집가. 수십년 동안 닥치는 대로 명언을 수집해온 그는 '절대'로 시작하는 명언 파일을 정리해 신간 '독한 충고'를 펴냈다. 원제는 '네버리즘(Neverisms)'.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의 'Never'에다 '~주의(主義)'를 뜻하는 'ism'을 붙여 그가 만든 신조어다.
◇비즈니스에서는 절대 누구도 믿지 마라
미국의 비즈니스 연설가 하비 매케이는 저서 '하늘 위까지 편지를 보내라'에서 8살 때의 일화를 언급했다. 계단 난간에 앉아있던 그에게 아래서 올려다보던 아버지가 "난간을 미끄러져 내려오면 내가 받아주마"라고 했다. 미심쩍은 하비가 "아빠가 정말 잡아줄지 어떻게 알아요?"라고 되묻자 아버지는 어린 아들을 안심시킨다. "나는 네 아버지고, 내가 잡아준다고 했지 않니." 안심한 아들은 난간을 타고 주욱 미끄러졌다가 '쿵'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아버지가 말했다. "비즈니스에서는 절대 누구도 믿지 마라. 상대가 네 아버지라 해도 말이다." 매케이는 "그날 이후, 나는 어떤 비즈니스를 할 때건 모든 것을 확실히 해두려 애썼다. 계단 난간은 효과적인 교과서였다"고 회고했다.
1984년 1월 24일 스티브 잡스는 강당을 가득 채운 청중 앞에서 새로운 매킨토시 컴퓨터를 선보였다. 파란 더블 재킷을 입고 강단에 오른 잡스는 이런 명언을 남겼다. "제가 처음 IBM 본체를 만났을 때 떠올랐던 격언을 여러분께 들려드리고 싶군요. 절대 혼자 힘으로 들어 올릴 수 없는 컴퓨터는 믿지 마라." 애플의 경쟁업체였던 IBM에 던지는 이 재기발랄한 일갈에 청중은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몇 개월 후 맥은 PC업계의 지형도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직장 상사라면 한 번쯤 곱씹어볼 만한 네버리즘이 수두룩하다. '절대 남들 앞에서 직원을 혼내지 마라' '절대 불평하는 직원의 응석을 받아주지 마라' '절대 열심히 달리는 말에 박차를 가하지 마라'…. '절대 내부 관련자가 알려준 정보에 의존하지 마라. 그들은 나무 때문에 숲을 보지 못한다'처럼 투자의 원칙도 알려준다. 유명한 월가의 명언 중엔 이런 말도 있다. '절대 떨어지는 칼을 잡으려 들지 마라.' 폭락하는 주식을 사지 말라는 경고다.
◇절대 아무것도 서면으로 남기지 마라
정치인의 입에선 '절대 아무것도 서면으로 남기지 마라'류의 격언이 자주 오르내린다. 보스턴 출신 정치인 마틴 M 로머스니는 "말할 수 있다면 절대 쓰지 말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면 절대 말하지 말며, 눈짓으로 충분하다면 절대 고개를 끄덕이지 마라"고 했다.
밥 돌은 '정치의 위트: 배꼽 잡고 백악관까지(갈 뻔했지)'(1998)란 책에서 빌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이 말을 최고의 조언으로 여겼다고 적었다. '잉크를 들통째 사는 사람과는 절대 싸우지 마라.' 신문사 발행인이나 기자와 불필요한 언쟁을 피하라는 격언이다. 벤 프랭클린을 비롯해 마크 트웨인, 윈스턴 처칠, 오스카 와일드 등 수많은 명사들이 이 말을 애용했다.
저자가 특히 애착을 갖고 있다는 명언은 이것. "절대 이성적으로 설득해 남의 편견을 없애려 들지 마라. 애초에 편견을 갖게 된 이유가 비이성적인데, 어찌 이성적으로 설득한다고 편견을 없앨 수 있겠는가."(영국 수필가 시드니 스미스)

남녀 관계 '작업의 정석'도 한 챕터를 차지했다. 어느 미국 작가는 아들에게 "절대 '사랑해'와 '너와 결혼하고 싶어'를 혼동하지 마라"고 충고했다. 2005년 잡지 '에스콰이어' 편집진은 '남자의 인생 지침서' 코너에서 "세 잔 이상 술을 마셨다면 '사'자와 '랑'자와 '해'자를 절대 입 밖에 내지 마라"고 썼다.
저자는 저명인사들의 명언에서부터 영화 속 대사, 책 속 문장에서 찾아낸 2000여개 격언을 18개 챕터로 분류해 인간관계, 직장생활, 정치, 비즈니스와 경영, 섹스와 로맨스 등 다양한 상황 속에서 적용할 수 있는 조언과 충고로 엮었다. '세상에는 해야 할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더 많다'는 부제가 달렸지만, '절대'로 시작한다고 해서 부정적 행동을 이끄는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이런 명언은 웃음을 자아낸다. '절대 책을 빌려주지 마라. 아무도 돌려주지 않으니까. 내 서재에 있는 책은 모두 남들이 빌려준 책이다.'(프랑스 소설가 아나톨 프랑스) 경구 모음집이지만 중간중간 역사적 이야기와 배경까지 녹여넣어 '읽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다.
◇눈에 띄는 '네버리즘' 경구
“절대 아무것도 배우지 마라. 배우지 않으면, 대신해 줄 사람이 언제든 나타날 테니”
―마크 트웨인이 어머니에게서 들은 농담
“절대 위기를 낭비하지 마라”
―미국의 정치평론가 파리드 자카리아의 말
“절대 아무것도 최초로 하지 마라”
―속칭 ‘관료주의자의 좌우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