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102동 702호

인정이 엄마와 송광사에서

화이트보스 2012. 6. 16. 18:37

 

 

 

 

 

송광사의 수많은 국보급 유물을 능가하는 또 다른 상징은 고향수(枯香樹)다. 고향수는 우화각과 세월각(洗月閣) 사이에 선, 말라비틀어진 죽은 향나무를 말한다. 천자암의 쌍향수와 함께 지팡이 설화의 주인공이다. 두 나무 모두 향나무지만, 고향수는 900년 전에 죽은 고사목이고, 곱향나무는 800년째 생을 이어온 살아 있는 나무라서 더욱 이채롭다.

 

 

 

 

 

고향수는 보조국사(普照國師) 지눌(知訥·1158~1210)이 사용하던 지팡이를 꽂은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내용은 보조국사가 유명을 달리했을 때, 잘 자라던 이 향나무도 말라 죽었다는 점이다. 보조국사가 남겼다는

 

“너와 나는 생사를 같이하니, 내가 떠나면 너도 그러하리라. 다음날 너의 잎이 푸르게 되면 나 또한 그런 줄 알리라(爾我同生死 我謝爾亦然, 會看爾靑葉 方知我亦爾)”

 

 

 

라는 이야기 때문인지 몰라도 송광사 스님들은 이 고사목을 끔찍하게 아낀다.

 

 

고향수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 가운데 노산 이은상과 송광사 인암 주지 스님의 시조 대결은 사뭇 흥미롭다. 먼저 노산 이은상이 운을 뗐다.

 

 

 

 

어디메 계시나요 언제 오시나요

 

 

말세 창생을 뉘 있어 건지리까

 

 

기다려 애타는 마음 임도 하마 아시리

 

 

 

 

 

 

노산의 시조에 화답한 인암스님의 시조는 다음과 같다.

 

 

 

 

 

 

살아서 푸른 잎도 떨어지는 가을인데

 

 

마른 나무 앞에 산 잎 찾는 이 마음

 

 

아신 듯 모르시오니 못내 야속합니다

 

 

 

 

고향수가 푸른 잎을 싹틔우며 새롭게 생명을 시작하면, 조계종을 창시한 보조국사 지눌스님도 환생할 것이란 믿음 때문일까. 지난 수백 년 사이에 몇 번의 화재로 절집은 결딴났지만, 6.7m 높이의 말라비틀어진 이 향나무는 오늘도 변함없이 제자리에서 송광사를 지켜보고 있다.

 

 

송광사에 아름다움운 극락교와 청량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