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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늘 예측하기 어렵지만 현재의 상황이 어려울수록 그 불확실성이 더 커지는 경향이 있다.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꼭 그렇다. 경기가 장기간 부진을 면하지 못하는 가운데 언제 회복될지는 가늠하기 어렵고, 그로 인한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투자와 소비의 발목을 잡는다. 투자와 소비의 부진은 성장 둔화와 경기 침체를 부르고, 이는 다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문제는 이런 악순환의 양태가 일반적인 경기순환 과정이나 돌발적인 해외 악재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그동안 갖가지 역경과 위기를 이겨내고 줄기차게 성장해 왔다. 1970년대의 오일쇼크와 97년의 외환위기,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르기까지 다소의 굴곡과 이탈은 있었지만 이내 성장궤도에 복귀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그런데 이번엔 왠지 달라 보인다. 우선 위기 뒤에 곧바로 회복해온 과거의 V자형 반등의 탄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여기다 성장률 곡선이 잠재성장률 궤도를 이탈한 뒤 점점 더 하락하는 이상 행태가 고착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혹시나 한국 경제가 유례없는 장기 침체와 구조적인 저성장의 길로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만일 그렇다면 이 길은 한국 경제가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길이다. 과거의 처방과 해법으론 본래의 궤도로 영영 되돌아올 수 없는 새로운 길에 접어들었는지 모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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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성장률이 3%에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나자 한국은행은 급거 기준금리를 낮췄고, 정부는 부랴부랴 대통령 주재로 내수 진작을 위한 끝장토론을 열었다. 어떻게든 경기를 살려보겠다는 다급함과 초조함이 엿보인다. 그러나 진단이 정확해야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오는 법이다. 만일 작금의 경기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저성장 국면이라면 한은과 정부의 단기 대증요법은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어차피 상당 기간 저성장이 불가피하다면 단기적인 부양책보다는 장기적인 체질 개선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저성장을 전제로 경제 운용의 틀을 새로 짜야 한다. 재정관리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 편성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재정의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균형재정을 지향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내수 진작도 인위적으로 돈을 풀어 소비를 부추기기보다 규제 완화를 통해 고부가가치형 서비스업을 키우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임기 말에 힘 빠진 정부가 무슨 근본대책이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졌고 연임에 대한 기대도 없는 단임 대통령의 임기 말 정부이기에 더 이상 눈치 볼 것 없이 소신껏 일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눈앞의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한국 경제의 장래를 위해 쓴 약을 처방했노라고.
대권의 희망에 부풀어 연일 장밋빛 공약을 쏟아내는 여야의 대선주자들도 생각을 바꿔야 할지 모르겠다. 누가 대통령으로 뽑히든지 내년 2월 MB정부로부터 넘겨받을 한국 경제의 색깔은 잿빛 일색일 공산이 크다. 저성장 기조가 굳어진 한국 경제는 화려한 복지 약속을 뒷받침할 여력이 부족할 것이고, 번듯한 일자리를 주겠다는 굳은 다짐도 무색해질 것이다. 재벌을 패대기쳐서 경제민주화를 이루겠다는 호언도 얄팍해진 주머니에 허기진 서민들의 불만을 달랠 수는 없을 것이다. 벌써부터 저성장의 질곡에 빠져 허우적댈 새 대통령의 눈물겨운 몸부림이 눈에 보일 듯하다. 아무런 고통 없이 한국 경제를 성장의 궤도로 다시 올려놓을 초능력의 메시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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