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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보스 2012. 7. 31. 10:56

로봇 탄생 X: 산업용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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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태어나서 성장하면서 기본적인 자질과 인품을 점차적으로 갖추어 가듯, 로봇 선생님도 처음부터 교사로봇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현재는 과거의 결과이고 미래는 현재의 결과라고 했는가. 로봇 선생님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인과관계 방정식을 풀기 위해, 먼저 '로봇 탄생 X + 로봇 성장 Y + 교육(敎育) = 로봇 선생님'의 근을 구해 보고자 한다.

'로봇'이 체코어의 '일한다(robota)'라는 말에 어원을 두고, 그 뜻이 '작업자'로 해석되었던 것처럼 초창기 로봇은 인간의 단순한 노동력을 대신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산업 현장에서의 최초의 로봇은 1962년 미국의 자동차 회사 GM이 사용한 유니메이션 사(Unimation Inc.)의 '유니메이트(Unimtate)'라는 산업용 로봇이었는데, 실제 생산라인에 투입되어 물건의 이송, 물건의 용접 및 조립, 검사 등에 사용되었다. 특별히, 공정 중에 방사되는 열과 연기 때문에 사람의 근접이 어려운 대량생산 다이캐스팅공정1) 환경에서 최초의 로봇은 인간의 위험을 대신 무릅쓰고 거대한 힘을 내면서 단순·반복적인 일을 성실하게 수행했던 것이다.

오늘날에도 단순·반복형 산업로봇은 여전히 전자·자동차·항공기 제조 분야 등에서 없어서는 안 될 최고 노동자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독일의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Volkswagen Inc.)과 일본의 로봇 생산업체 화낙(Fanuc Inc.)의 생산 공장에는 단 한 명의 인간 노동자도 없이 로봇 노동자들만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노예'의 개념으로 창조된 로봇에게 인간들이 오히려 '일자리 나누기 운동'을 펼쳐 줄 것을 부탁해야 하는 주객전도(主客顚倒)의 상황이 된 것은 아닐까.

이와 같은 산업용 로봇은 제조 공정에서 뿐 아니라 의료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수술로봇이 외과 의사들의 최대 강적인 손 떨림 현상을 보완해 주면서 수술실에서 기계가 가진 장점을 십분 발휘하게 된 것이다. MBC 의학드라마 〈종합병원 2〉에서 휘플(Whipple operation: 췌장과 췌장에 붙어 있는 십이지장 등을 모두 제거하는 복잡한 수술) 로봇수술의 표준화 작업을 이루어낸 한기태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휘플 수술에서는 정확한 절제와 정교한 문합이 반드시 필요한데, 로봇수술의 정교함이 큰 도움이 됩니다"라고 말하며 로봇수술의 우수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한 교수는 9시 뉴스를 비롯한 각종 매스컴에 보도되면서 유명세를 타고 한 교수를 찾는 외래환자들은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루게 된다. 반면, 외과 과장 정도영 교수는 수십 년 동안 매스를 손에 놓지 않았던 실력파 외과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나도 한기태 교수가 사용하는 로봇수술을 배워야 할까 봐. 손 떨림 현상이 날로 심해져서 걱정이야"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베테랑 의사의 노하우에 맞서 도전장을 내미는 수술로봇의 위상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다빈치 로봇수술

다빈치 로봇수술

최근 세브란스 병원 정웅윤 교수팀에서는 로봇수술 기술인 다빈치(외과 의사가 환자 옆에 설치된 조정용 콘솔에 앉아 정교한 로봇 팔을 조정하며 수술하는 방법)를 이용하여 목에 흉터 없는 갑상선 수술을 시행하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국내 암 질환 중 가장 큰 폭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갑상선 암은 로봇수술의 도입 이전 목 부위를 절개하여 암을 절제해야 했기 때문에 여성 환자들의 경우 미용상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 로봇수술법은 환자의 겨드랑이를 통하여 로봇 팔을 넣어 갑상선 암을 절제하기 때문에 수술의 정확성을 높이는 동시에 흉터도 남기지 않는다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가 있다. 로봇수술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정웅윤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로봇 팔을 이용한 암 절제 및 확대된 3차원 영상은 기존 수술시 발생할 수 있는 성대 신경과 부갑상선 및 혈관 손상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해 환자의 통증감소와 빠른 회복을 가능하게 했습니다"라고 말한다.

수술실에만 상주하면서 일반인들에게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의료로봇이 가까운 미래에는 병실을 돌아다니면서 환자들까지 돌보며 그 베일을 벗게 될 것이라고 한다. 포항지능로봇연구소·포스데이타·경북대학교는 '간호업무 보조용 의료로봇 개발'을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번에 개발된 간호사로봇은 X‑레이 필름을 운반한다거나, 환자의 기록 차트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혼자 병실을 돌아다니면서 환자의 몸에 부착된 체온측정 센서에 무선으로 접속하여 환자의 상태를 체크한 후, 측정된 데이터의 이상 여부를 확인해 환자 관리 시스템에 자동으로 기록을 남기는 기능2)까지 탑재하고 있다고 한다.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을 떠올리며 바라보았던 단아한 간호사 언니의 모습은 어린 시절 선망의 대상이 되어 많은 여자 어린이들의 장래희망으로 꼽히기도 했는데, 과연 로봇 간호사 언니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와서 어떤 이미지로 각인될까?

산업 현장에서 재화와 서비스 창출 활동에 박차를 가해 주는 산업용 로봇의 또 다른 예는 우주나 해저를 돌아다니며 보고 듣고 감지한 것을 전해 주는 탐사로봇이다. 최초의 탐사로봇은 미국의 화성탐사선 '패스파인더(Pathfinder) 호' 내부에 탑재된 '소저너(Sojourner)'이다. 1996년 미국 플로리다 주의 우주기지를 떠나 발사된 지 7개월 만에 1억 9,100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광활한 화성 평원에 연착한 패스파인더 호는 무인우주선으로는 처음으로 24개의 에어백에 의존해 착륙했다고 한다.

패스파인더 호 내부에 탑재된 탐사로봇 소저너에는 6개의 특수 구동바퀴, 태양전지판과 카메라, 데이터 전송용 안테나, 냄새를 맡아 흙이나 바위의 성분까지도 알 수 있는 후각 장치가 설치되었다. 탐사로봇 소저너는 초속 1센티미터의 거북이걸음으로 축구장만 한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화성 지질에 대한 탐사 활동에 총력을 기울여 1만 장 이상의 화성 표면사진과 400만 가지 이상의 화성 대기·기상정보를 전해 주었다.

화성 탐사로봇 소저너

화성 탐사로봇 소저너

1960년대 최초의 로봇 유니메이트가 자동차 생산 공장에서 탄생한 이래 높은 생산성 창출을 위한 산업적 용도로서의 제조용·의료용·탐사용·군사용 로봇 등이 개발되고 발전해 왔다. 이와 같은 로봇들은 24시간 오직 일만 하고 다른 기능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으니, 사람의 유형에 빗대 보자면 사람을 중시하는 '관계형 로봇'과 대조되는 일 우선순위의 '과업형 로봇'이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각주
  • 1) '다이주조'라고도 하며, 구리·납·주석·알루미늄 따위를 녹인 후 강철로 제조된 거푸집에 눌러서 넣는 주조(鑄造) 방법을 뜻한다. 금속제의 주형을 반복하여 주조에 사용할 수 있어서 기술적으로 대량생산에 알맞다. 주조된 제품의 표면이 매끄럽고 치수의 정밀도가 높으며, 자동차, 타자기, 사진기 따위의 부품을 만들 때 주로 쓰인다.
  • 2) http://www.mdtoday.co.kr/mdtoday/index.html?no=64388
출처

로봇 선생님 가라사대-로봇과 교육혁명 - 살림지식총서 366, 안동근, 2009, ㈜살림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