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8.04 03:13
황대진·정치부

이해찬 대표는 3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웬만하면 새누리당 얘길 안 하려고 했는데 너무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공천장사 하는 건 대개 20세기 얘기였는데 21세기 들어와서도 공천장사를 한다는 게 가능하냐"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공천장사가 아니라 아예 공기업을 팔아먹는 일이 발생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김현 대변인은 "박 후보는 공천장사에 대해 사과하고 대선 후보직을 물러나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불과 한 달 전 자기 당에서 일어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6일 4·11 총선 당시 예비후보 박모씨로부터 공천 대가로 1억1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민주당 전 사무부총장 심모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심씨와 1000만원을 나눠 가진 당 대표 비서실 차장 김모씨도 유죄가 인정됐다. 심씨는 한명숙 전 대표의 총리 재임 시절 정무기획비서관을 지낸 최측근이다. 당 대표의 측근들이 총선 공천을 미끼로 거액을 받아 챙긴 전형적인 공천 헌금 사건이었다. 새누리당과 다른 점이 있다면 돈을 건넨 박모씨가 공천에서 떨어졌다는 것뿐이다.
그런데도 한 대표의 뒤를 이은 이해찬 대표는 한 달 전 일은 잊은 채 새누리당을 향해 "백배사죄하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입장에서 새누리당의 공천 헌금 의혹을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과 남에게 적용하는 잣대가 달라선 곤란하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기성 정치권 밖에서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없는지 기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왜 국민의 관심 밖에 있는지, 이번 사건이 과연 민주당에 호재로만 작용할 것인지 민주당은 자성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