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8.16 22:35
우리 공직 사회는 부서와 직급의 구별 없이 청탁과 금품을 받지 않는 경우를 찾기 힘들 정도로 청탁 문화에 물들어 있다. 저축은행 사건에선 퇴출을 막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억원을 받은 금융감독원, 국세청, 감사원 간부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대통령 측근이나 그 비서 중엔 회사의 워크아웃을 막아달라, 검찰 수사를 받지 않게 해달라, 관급(官給) 공사를 따게 해달라는 청탁을 가리지 않고 받아준 사람도 있었다. 검사들 가운데는 업자들을 끼고 살다시피 하며 골프와 술 접대를 습관적으로 받는 경우도 있다.
현행 형법엔 공직자가 금품·향응을 받았어도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공직자에게 청탁을 했더라도 금품을 주지 않았으면 처벌할 수 없게 돼 있다.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 때 연루된 검사들은 재판 과정에서 업자로부터 향응·접대를 받은 사실이 인정됐으나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았다. 이번 청탁방지법안은 금품이 오간 경우엔 대가성을 따지지 않고 처벌하고, 청탁을 했을 때는 돈을 줬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처벌한다는 점에서 제대로 시행되면 후진적인 '청탁 문화'를 청산하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법안은 공직자가 불법·부당한 청탁을 받으면 그 내용을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하도록 했다. 그러나 신고하지 않거나 거짓 신고를 하는 공직자를 처벌하는 조항이 없다. 공직 사회에서 청탁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은 기관장인데도 기관장이 정치인이나 정권 실세로부터 인사 청탁을 받을 경우 어디에 신고하고 사후처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없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국회는 청탁 신고 회피나 허위 신고에 대한 처벌을 분명히 하고, 기관장이 청탁 대상일 경우의 처리 규정을 보완해 청탁 방지법이 실효를 거두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