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8.22 22:44
박 후보의 노 전 대통령 묘소 참배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고문은 "국민 통합을 위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고 했고, 민주통합당 정성호 대변인은 "사과와 반성 없는 보여주기식 대선 행보"라고 했다.
1997년 대선 때 야당 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선거를 앞두고 정적(政敵) 관계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生家)를 찾아가 "박 전 대통령과 나는 생각의 차이는 있었지만 누구보다 서로를 잘 이해했다"면서 "동서(東西) 화합을 이루고 싶다"고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산업화 세력,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화 세력을 대표한다. 두 진영은 우리 정치의 두 축으로서 대립하고 경쟁해 왔다.
그러나 시대와 국민이 변했다. 산업화 세력은 공정한 사회와 내실(內實) 있는 민주화 노선을 병행하지 않고선 집권할 수 없고, 민주화 세력은 국민 복지를 뒷받침할 튼튼한 경제의 청사진을 함께 제시하지 못하면 복지 약속을 의심받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을 나누던 구분(區分) 자체가 구(舊)시대의 낡은 유물이 돼 버린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는 아직도 전직 대통령마저 내 편, 네 편으로 가르고,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마다 한쪽 편은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한쪽 편은 광주 망월동 묘소를 찾는다. 시대와 국민은 이미 달라졌는데도 정치와 정치인은 50년 전 그 갈림길에서 어슬렁거리며 자기네 편리한 잣대를 들이대 국민을 분열시켜 나라의 힘을 소진(消盡)하고 있다.
그들은 서로 나뉘어 경쟁해야 할 때와 분열을 넘어 다시 합쳐야 할 때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가 정책 이념에 따라 편이 갈리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대선 후보의 전직(前職) 대통령 예우 문제마저 편 가르기를 하는 것은 정파(政派) 위에 국가가 있다는 것을 망각한 처사다. 박근혜 후보의 전직 대통령 묘소 참배와 유가족 방문이 우리 정치가 나뉠 때와 합쳐져야 할 때를 아는 정치를 향해 진화(進化)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