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8.31 23:01
민주당의 관심 초점은 한창 진행 중인 대선 후보 경선에서 누가 이길 것인지에서, 그렇게 정해진 민주당 후보와 서울대 안철수 교수의 후보 단일화 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로 넘어간 듯하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현재 지지율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나 안철수 교수와 비교가 안 되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안 교수 측은 임시 가설 정당(페이퍼 정당)을 만드는 방안을 흘리고 있다. 먼저 안 교수가 '안철수 신당'을 만든 뒤,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합당하는 형식으로 민주당도 안철수 신당도 아닌 2차 신당을 서류상 만들고, 범(汎)야권 단일 후보를 그 2차 신당의 후보로 내세운다는 것이다.
미디어 리서치의 8월 27일 여론조사에서 안 교수의 민주당 입당에 대한 반대(42.4%)가 찬성(39.7%)보다 높았다. 안 교수 지지층에서도 민주당 입당 반대 여론이 36.7%나 된다. 안철수 현상은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실망감에서 비롯된 것이니만큼, 안 교수가 민주당에 입당할 경우 안 교수 지지세력 중 상당수가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안 교수가 무소속 상태에서 후보 단일화에서 승리해 범야권 후보가 될 경우엔 민주당 몫 대선 국고보조금 152억원은 허공으로 사라지게 된다. 또 안 교수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전체 지역구 국회의원 246명 중 107명(43%), 시장·군수·구청장 227명 중 95명(42%)이 소속된 민주당 조직의 선거 지원을 받기도 어려워진다.
이런 고민을 한꺼번에 해소하려 생각해 낸 게 바로 '페이퍼 정당'이다. 겉으론 안 교수와 민주당이 '딴 몸'인 것처럼 행세해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과 합쳐질 경우 예상되는 지지층 이탈을 막으면서, 서류상으로 안 교수와 민주당이 '한 몸'이 돼 국고보조금 152억원을 받아내고 민주당 일선 조직이 선거운동에 나설 수 있게 해 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이다.
'페이퍼 정당'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면서 실질적인 사업 활동은 자회사 등을 통해서 하는 '페이퍼 컴퍼니'에서 따온 개념이다. 페이퍼 컴퍼니는 불법은 아니지만 탈세(脫稅)나 거액 자금 이동의 추적을 따돌리는 데 자주 사용되는 편법에 해당한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野圈)은 국내 기업들이 세율이 낮은 해외 조세회피 지역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국내에 내야 할 세금을 빼돌리는 것 아니냐고 비판해 왔다. 그랬던 민주당이 자기들 편리에 따라 안 교수와 '딴 몸'이 됐다가 '한 몸'이 됐다가 하는 눈속임용으로 페이퍼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기네 '잔꾀'를 스스로 대견스러워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국민이 그걸 그냥 용서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