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이 대안이다/핵연료 재처리시설

'核폐기물 저장소 결정 표류'는 국가 의사 결정 마비 사태

화이트보스 2012. 9. 4. 10:08

'核폐기물 저장소 결정 표류'는 국가 의사 결정 마비 사태

입력 : 2012.09.03 22:47

원자력 전문가와 원전 지역 이해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사용후핵연료 정책 포럼'이 최근 정부에 '늦어도 2024년까지는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 시설을 지어야 한다'는 권고를 제출했다. 중간저장 시설은 원자로에서 꺼낸 폐(廢)연료봉 같은 고준위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할지 아니면 영구 매립 처분할지 최종 처리 방안이 결정될 때까지 수십년간 보관하게 되는 시설을 말한다.

고리·월성·울진·영광의 4개 원전 단지에 설치된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 공간은 2016~2021년 네 곳 시설이 모두 포화 상태에 이르게 된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지난해 폐연료봉 다발을 지금보다 더 촘촘히 배치하거나 지금 원전에 보관 중인 폐연료봉을 신설되는 원전으로 분산 배치해 최대한 저장 기간을 늘려도 2024년부터는 저장 시설이 꽉 차게 된다는 조사결과를 밝혔다.

그러나 중간저장 시설 확보를 위한 사전 조사, 부지 적합성 평가, 후보지 공모, 공모 지역 중 최적지(最適地) 선정, 공청회, 주민투표를 거쳐 부지를 확정하는 데만 4년이 필요하다. 그 후 공사 기간 6년까지 합하면 착수 후 완공까지 최소 10년이 걸린다. 2024년까지 완공하려면 지금 당장 시작해도 일정이 빠듯하다. 프랑스는 1980년대 후반부터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 부지 확보에 나섰으나 아직도 확정하지 못했다. 스웨덴은 1976년 시작해 33년 만인 2009년에야 영구 처분장 부지를 선정했다.

이런 사정인데도 정부는 한 곳에 집중식 중간 저장 시설을 지을지 아니면 4곳 원전 단지마다 부지별 시설을 지을지 하는 원칙조차 확정하지 못한 채 허송세월해왔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부안 사태로 홍역을 겪은 후 고·중·저준위 폐기물을 한 곳 시설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을 포기하고 2005년 중·저준위 처리 시설 부지만 경주에 확정했다. 원전 작업자들의 장갑·작업복이나 교체 부품 같은 중·저준위 폐기물의 방사능 강도는 사용후핵연료의 100만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가장 논란이 많은 고준위 폐기물 처리를 다음 정부로 미뤄 책임을 회피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7월 1년 안에 사용후핵연료 중간 처리 시설 부지 선정에 들어가겠다며 '공론화(公論化)위원회' 현판식 날짜까지 잡아놨다가 출범을 보류했다.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에 덴 정부가 원자력 문제를 다루는 데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처리 시설을 '폭탄 돌리기' 식으로 다음 정부에 떠넘겨 버린 것을 보면 대한민국이 과연 국가 미래가 달린 중요한 결정을 할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는 정부라면 시급한 정책 현안에 대해선 반대가 많고 선택이 어렵더라도 여론을 충분히 들으면서, 때로는 여론의 흐름을 형성해나가면서 소신을 갖고 밀고 나가야 한다. 원전 폐기물이 이미 저장소가 비좁을 정도로 쌓여 있고 앞으로도 계속 나오는 처지에 정권마다 다음 정권으로 곤란한 선택을 떠넘겨 버리면 언젠가는 정부와 국민 모두가 낭떠러지 앞에 서는 날이 닥치고 만다. 다음 정권을 맡겠다는 대선 주자들은 사용후핵연료 저장소 건설 문제를 어떻게 매듭지을 것인지, 아니면 노무현·이명박 정권처럼 어영부영 시간을 죽이다 또 그다음 정권으로 미뤄버릴 것인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