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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출마 선언 안철수] "난 권력 체질 아니다" 말하던 청춘 멘토, 최고 권력에 도전

화이트보스 2012. 9. 21. 15:55

대선출마 선언 안철수] "난 권력 체질 아니다" 말하던 청춘 멘토, 최고 권력에 도전

  • 배성규 기자
  • 입력 : 2012.09.21 03:01 | 수정 : 2012.09.21 10:30

    [대선후보까지 걸어온 길] ② CEO서 대선출마선언까지
    한때는 酒黨 - "음주 다음 날 정신 더 맑았다… 도덕 교과서 같다는 말 싫어"
    청춘 멘토 - 10·20대 의견 듣고 예능프로 출연… 전국 돌며 청춘콘서트
    정치가 변신 - 박원순에 서울시장 깜짝 양보… 단숨에 유력 대선주자로

    벤처기업 CEO와 대학교수의 길을 걷던 안철수 후보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작년 7월 무렵이었다. 청춘 콘서트를 하러 전국을 다니던 중 자기를 돕던 멘토 그룹의 권유로 정치 개혁 운동을 펼치기로 한 것이 계기였다.

    ◇주당(酒黨)이었지만 급성간염 후 술 끊어

    안 후보는 1997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급성간염으로 쓰러졌다. 공부와 회사 일을 병행하느라 무리한 탓이었다. 원래 그는 주당(酒黨)이라고 할 정도로 술을 잘 마셨지만 그때 끊었다. "술을 마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면 정신이 더 맑았을 정도였다"고 말할 정도로 술을 잘 마셨다.

    CEO 시절 그는 항상 낡은 검은색 가방을 메고 다녔다. 지인들이 묵직한 가방에 무엇이 들었는지 보았더니 메모가 가득 적힌 A4 용지가 수십 장 나왔다. 그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적는데, 내 고민의 무게 같아서 안 버리고 들고 다닌다"고 했다.

    (사진 왼쪽)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2001년 10월 안철수연구소 대표 시절 사무실에서 책상에 걸터앉아 있다. (사진 오른쪽)안철수 무소속 후보(오른쪽)가 2008년 5월 14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미래기획위원회 위원 위촉장을 받고 있다. /이상선 기자,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그는 승강기를 기다리거나 타면서도 책을 읽곤 했다. "멍하니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자투리 시간만 활용해도 한 달에 책 몇 권을 읽는다"는 이유였다.

    그는 "도덕 교과서 같다"는 말을 싫어했다. 그가 교과서에 처음 실린 것은 2000년 초등학교 3학년 2학기 도덕 교과서였다. 이 즈음 기자회견장에서 한 기자가 "교과서 실린다면서요" 하고 물었다. 그는 이를 비꼬는 말로 들었던지 화를 내면서 "살아 있는 사람은 절대 교과서에 실리면 안 된다"고 길게 얘기했다 한다. 그러나 그는 지금 초등학교 1권, 중학교 6권, 고등학교 4권 등 교과서 11권에 실려 있다.

    ◇교수 된 후 '청춘 멘토' 강연

    안철수연구소는 2001년 9월 코스닥 상장 이후 승승장구했고, 소프트웨어 업체로는 최초로 순익 100억원을 돌파했다.

    안 후보는 2005년 대표직에서 물러나 두 번째 유학을 떠났다. 회사 경영이 안정된 만큼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며 "배워서 남 주려고"라고 했다 한다. 스탠퍼드대와 펜실베이니아대에선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았다. 그는 미국 명문대 엘리트들을 보면서 "똑똑한 사람들이 사회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회의감을 갖게 됐다. 돈벌이 수단으로 사업을 하면 오히려 사회에 해악이 된다"고 했다.

    2008년 귀국한 그는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가 됐다. 2010년에는 포스코 이사회 의장,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직을 맡았다.

    (사진 왼쪽)안철수 무소속 후보(왼쪽)가 작년 6월 충남대에서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병원장과 함께 희망공감 청춘콘서트를 하는 모습. (사진 오른쪽)안철수(오른쪽) 무소속 후보가 작년 9월 6일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후보단일화 기자회견에서 시장 후보를 양보한다는 뜻을 밝힌 뒤 박 시장과 포옹하고 있다./연합뉴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그는 2009년부터 박경철 안동 신세계연합병원장과 함께 지방대학을 돌며 '청춘 위로' 강연을 시작했다. 많은 대학생이 "미래가 불안하다" "절망감이 든다"며 고민을 상담했다. 안 후보는 본인의 학교생활과 벤처 창업 얘기를 들려주면서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했다.

    2009년 MBC 예능 프로그램 '무릎팍도사' 제작진이 출연을 제의하자 안 후보는 10~20대와 대학생들을 상대로 출연 여부를 묻는 의견 조사까지 했다. 방송은 '대박'이 났다.

    ◇"난 권력 체질이 아니다"

    2011년 4월 법륜 스님이 운영하던 평화재단이 안 후보에게 청춘 콘서트를 제안했다. 작년 6월 시작된 청춘 콘서트 전국 투어에 대한 젊은 층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안 후보는 작년 7월 법륜 스님과 윤여준·김종인 전 의원,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 박 원장 등 멘토 그룹과 함께 정치 개혁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일부 인사가 직접 신당을 만들어 총선·대선을 치르자고 했지만, 안 후보는 "평소 정치를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잘할 자신도 없다. 권력을 추구하고 행사하는 일이 내 체질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시장 '깜짝 출마' 결심과 양보

    작년 8월 말 안 후보는 멘토 인사들에게 "제가 서울시장에 출마하면 안 될까요?" 하고 말했다. 멘토 그룹이 출마를 말렸지만 안 후보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윤여준 전 의원 등이 이를 언론에 알리고 실무 준비에 나섰다.

    그러나 안 후보는 얼마 뒤 '윤여준 멘토설'로 정체성을 공격받자 "윤 전 의원이 멘토라면 제 멘토는 (연예인인) 김제동·김여진 등 한 300명 된다"며 사실상 관계를 부인했다. 당시 관계자들은 "안 후보가 '정무적인 일을 맡아달라'고 해서 윤 전 의원 등이 나선 것으로 아는데, 안 후보의 발언으로 양측 간 관계가 완전히 틀어져 버렸다"고 했다.

    가족의 출마 반대도 컸다. 안 후보의 부친은 "출마하면 의절하겠다"고 했고, 유학 간 딸은 국제전화로 울면서 하지 말라고 했다. 이 즈음 안 후보와 친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알려왔다. 두 사람은 2003년 이후 함께 포스코 사외이사를 하는 등 가까운 사이였다. 고민하던 안 후보는 작년 9월 6일 박 시장과 만나 30분 만에 시장 후보를 양보하겠다고 했다. 이후 안 후보는 단숨에 유력 대선 주자로 떠올랐고, 1년여 고민 끝에 대선의 길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