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 "1200억 펀드 조성"… 운용사 선정 두달 남아 일반인도 투자 가능… "적극적 M&A 시도할 듯"
한국 농업 투자 펀드가 시동을 걸고 있다. 개인투자자도 우리나라 농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지금까지도 농업 펀드는 있었지만 대부분은 농산물이나 해외의 유명 농식품 회사에 투자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실제로는 해외투자펀드였던 셈이고 우리나라의 농산품이나 농업 관련회사에는 자금이 돌아가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젠 달라질 전망이다. 지원(支援)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농식품 분야가 본격적인 투자 시장으로 변하면서 관련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두 달 남은 운용사 선정
요즘 A투자회사는 분주하다. 농림수산식품부(농림부)로부터 자금을 출자받아 농식품 투자 펀드를 만들기 위해서다. 운용사 선정이 두 달 남짓 남았고, 다른 경쟁사 모르게 시장을 분석하고 있다. 전국을 돌며 투자할 만한 회사를 찾고 있다. 후보군(群)에 든 농식품 회사의 사업성과 재무건전성 등도 확인하고 있다. 관계자는 "식품 분야와 종묘산업 같은 회사가 성장성이 있어 보인다"면서 "자산운용사, 사모투자회사(PEF), 벤처캐피탈 등이 농림부 예산을 받아 펀드를 만들기 위해 시장분석에 한창"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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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 투자 가능
농림부는 지난해 말 "600억원의 종자돈에 민간 자본을 더해 1200억원 규모의 농식품 투자 펀드를 만들겠다"며 "펀드 규모를 매년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림부는 일단 펀드를 운용해 줄 투자회사를 선정해 600억원을 나눠줄 예정이지만 이것만으로 펀드를 운용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회사들은 이 종자돈에 일반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펀드를 만들고, 이 과정에서 일반인도 농업투자 펀드에 가입할 수 있다.
펀드가 결성되고 운용사들은 '될 성싶은' 회사에 돈을 투자하고 경영을 돕는다. 몇 년 지나 회사가 성장하면 주식시장에 상장시키거나 다른 회사와 인수·합병(M&A)시키고 투자금을 거둬들인다.
정부는 이를 위해 다음 달 4일, 코엑스 장보고 홀에서 200여명의 농식품 사업 관계자를 모아놓고 투자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미래가 밝은 농식품 회사를 투자자에게 소개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오는 6월엔 펀드를 운용할 운용사를 선정한다.
◆투자대상 다양…관련주 상승 가능성 있어
투자대상은 다양하다. 농림부 녹색미래전략과 이용직 사무관은 "농식품 산업과 관련된 모든 회사가 투자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직접 작물을 재배하는 영농조합 등 농업법인, 생산물을 식품으로 가공하는 식품업체, 식품을 유통하는 유통업체는 물론 해양심층수 업체나 농산물을 활용해 기능성 화장품을 만드는 사업체도 투자대상에 포함된다. 농식품과 관련한 기술인증이나 발명특허에 대해서도 투자할 수 있다. 비상장사뿐 아니라 상장사에도 투자가 가능할 전망이다.
농림부가 공격적인 투자활동을 통해 농식품 업체를 키우기로 마음먹은 만큼 펀드의 투자금은 빠르게 집행되고 펀드가 인수하는 지분도 상당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 경우 이런 농업 분야 회사가 하나의 섹터를 이루게 되고 농업 관련주 전체에는 큰 호재가 될 수 있다.
◆투자 위험 클 듯
다만, 펀드의 성격상 투자위험은 다소 클 듯하다.
상장된 펀드에 투자할 경우도 중·소형주로 분류가 돼 등락이 심한 펀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 벤처 단계에서부터 투자를 하는 펀드는 일반인들까지 투자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더욱 고위험이 따를 전망이다.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의 민경철 이사는 "상장을 통해 투자금 회수가 이뤄질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적극적인 M&A 과정을 거치며 투자금을 거둬들이는 시나리오가 더 현실적"이라며 "이 과정에서 델몬트나 몬샌토 같은 대형 농식품 회사도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