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유정란

토종 씨닭에 비타민 먹였더니… 10억 대박!

화이트보스 2013. 2. 12. 10:28

토종 씨닭에 비타민 먹였더니… 10억 대박!

  • 화순=조홍복 기자
  • 입력 : 2013.02.12 03:03 | 수정 : 2013.02.12 06:25

    [3] 국내 유일의 토종닭 브랜드 '우리맛닭' 전남 화순군 김현동씨

    첫 분양 받은 '종계 병아리'… 관리 못해 하루만에 80% 폐사
    年 매출 2500만원도 안됐지만 이웃 분양 농가 "좋다" 소문에 작년 매출 6억5000만원 달성

    "이 닭들 보세요. 얼마나 힘이 넘치고 건강한지."

    지난달 29일 오후 전남 화순군 한천면 '화순 우리맛닭 영농조합법인'. 국내 전통 토종닭 2000여마리가 왕겨를 깐 700㎡ 축사 흙바닥을 부지런히 오가며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사육 시설을 점검하던 김현동(52) 법인 대표는 "닭이 아니라 '전통 제품'을 만들듯 엄격한 친환경 사육 방식을 유지한다"며 6개월 자란 5㎏짜리 수컷 한 마리를 들어 보였다.

    김 대표는 농업진흥청이 순수 혈통을 복원해 종 개량을 거친 토종닭 6000여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전통 토종닭 브랜드인 '우리맛닭'으로 한국 토종닭의 '종계(種鷄·씨닭)'다. 우리맛닭 품종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한국 고유 종자로 등록돼 국제적으로도 보호받는다.

    우리맛닭의 김현동 대표가 들어 올린 수탉은 힘차게 날갯짓을 했다. 김 대표는 우리맛닭 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해 올해 매출 10억원을 목표로 하는 부농이 됐다. /김영근 기자
    김 대표는 농진청으로부터 우리맛닭 병아리를 일반 품종 병아리 가격의 10배인 마리당 5000원에 들여와 키운다. 종계의 임무는 건강한 알을 낳는 일. 김 대표는 종계의 2세인 '실용계(實用鷄)'를 닭 사육 농가와 식당, 가정집 등에 판매하는 사업을 한다. 현재 전국 우리맛닭 종계 농장 5곳 중 김 대표의 농장이 최우수 사례로 꼽힌다. 농진청은 이 농장들 외에는 살아 있는 종계를 내주지 않는다.

    김 대표는 15년간 화순에서 닭요리 전문점을 하다가 2009년 농진청이 연구해 복원한 우리맛닭의 존재를 알았다. "그동안 토종닭으로 알고 키우며 팔아온 닭들이 모두 일본과 프랑스 등에서 유입된 외래종이란 걸 처음 알게 됐습니다. 그때 외래종보다 육질이 훨씬 우수한 토종닭을 키워보자고 결심했습니다."

    김 대표는 2010년 농진청의 시범 사업자로 선정돼 종계 병아리를 분양받았으나 시작은 대실패였다. 35도에 맞춰야 하는 축사 내부 온도를 40도까지 방치했다 병아리 1만마리 중 8000마리가 하루 만에 폐사한 것이다. 식당업을 접고 빚을 내 4억원을 투자했는데 매출은 고작 2400만원이었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김 대표로부터 실용계를 분양받은 농가들이 "다른 닭보다 폐사율이 낮고 산란능력이 뛰어나며 맛도 좋다"는 사육 경험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이후 김 대표 농장의 실용계 매출이 급증, 이듬해 3억원을 기록하더니 지난해에는 6억5000만원까지 상승했다. 올해는 실용계 20만마리를 판매해 매출 1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김 대표의 종계는 깃털이 반질반질하고 매끄럽다. 비타민과 칼슘제, 각종 영양제를 탄 식수를 먹이는 것이 비결이다. 무항생제 사육은 기본이고 발효 사료와 목초액, 숯가루, 구충제 등을 먹이며 각종 백신을 접종한다. 다른 농가는 대부분 종계를 2~3년 활용하지만 김 대표는 1년 사육 후 폐기를 원칙으로 해 건강한 종계 2세를 얻는다.

    종계가 낳은 실용계 병아리는 주로 5주간 키워 마리당 5000원에 판매한다. 4개월(1.8~2㎏)까지 마리당 1만5000원을 투자하면 2만5000원이 된다. 실용계는 육질이 쫄깃하고 국물맛이 진해 일반 닭보다 20% 이상 높은 가격을 받는다.

    김 대표는 우리맛닭 브랜드를 내건 프랜차이즈 식당과 닭 육수 가공식품 생산을 준비 중이다. 그는 "정부가 재래 닭을 복원했으니 이제 농민이 나서서 품질을 유지하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