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망자 25만7396명 가운데 71.1%가 화장(火葬)으로 장례를 치른 것으로 집계됐다. 1991년 17.8%에 불과했던 화장률이 20년 만에 70%를 돌파한 것을 보면 화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장례 문화가 정착돼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국 화장 시설은 53곳으로 하루 777건을 처리할 수 있다. 하루 화장자가 평균 502명인 것을 감안할 때 전체 화장 시설은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장례를 치를 때마다 자동차로 1~2시간을 달려가 '원정(遠征) 화장'을 해야 하는 지역이 수두룩한 게 현실이다. 전남도는 22개 시·군 가운데 화장장이 있는 곳은 목포·여수·순천·광양·고흥 등 5곳뿐이다. 나주·화순·영광·장성·담양 등 전남 중·북부 지역 주민들은 광주 영락공원에서 광주 시민보다 6배나 많은 54만원을 내고 화장을 하고 있다.
자신을 화장해달라고 유언하면서도 정작 자기 집 부근에 화장 시설이 들어서는 것은 반대하는 이기주의가 문제다. 하남시는 2007년 광역 화장장을 유치하려 했으나 주민들이 시장을 상대로 주민소환 운동까지 벌인 끝에 유치 계획을 무산시켰다. 포천시는 지난해 경기 북부 권역 7개 시·군이 함께 사용할 광역 화장장을 추진해 후보지를 선정했으나 주민들 반대에 부닥쳐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안산시도 2007·2008년 두 차례 추모공원 후보지를 공모했다가 실패했고, 2010년엔 후보지까지 선정했지만 이번엔 주민들이 행정심판을 청구하며 버티는 통에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올 1월 서울 원지동에 들어선 서울추모공원은 주민들의 반대로 완공까지 무려 10년이 걸렸으나 막상 문을 연 이후엔 주민들이 반대 이유로 꼽았던 환경오염이나 악취 문제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본엔 도쿄 시내 주택가에도 화장장이 있고 홍콩에선 학교 바로 옆 건물에서 화장장을 운영하기도 한다. 내 집 부근에 화장장을 세우지 말라고 외치는 사람은 화장을 해달라고 유언할 권리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