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0.10 03:02
'지난 5월 李대통령 미얀마 방문'때 테러 현장 가보니…
지난 5월 15일 미얀마의 아웅산 국립묘지 내에 있는 아웅산 폭탄 테러 현장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은 잠깐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선 29년 만에 처음으로 테러 현장을 참배하려 했지만, 마땅히 시선을 둘 곳이 없었고, 조화를 둘 장소조차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폭탄 테러가 일어났던 장소엔 당시의 흔적이나 희생자들을 기릴 만한 아무런 표식이 없었다.
결국 이 대통령은 버마(미얀마의 옛이름)의 독립영웅 아웅산을 추모하는 조형물 앞에 '17대 대한민국 대통령 이명박'이라고 쓴 조화(弔花)를 앞에 두고 묵념한 뒤, 조화를 손으로 어루만져야 했다.
미얀마 정부는 테러가 발생한 건물을 철거하고 화단 등으로 만들었다. 1983년 북한의 테러를 기억하는 사람이 아니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게 돼 있는 것이다. 아웅산 폭탄 테러가 발생한 뒤 29년간 참사 현장은 사실상 방치돼 있었다고 한다.
당시 이 대통령의 아웅산 국립묘지 방문을 수행했던 정부 관계자는 "아웅산 국립묘지에 북한의 테러와 관련된 것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황량한 모습에 다른 수행원들도 모두 당황했었다"고 말했다.
미얀마가 그간 추모비 건립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온 데는 국내 정치적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외교소식통의 전언이다. 아웅산 국립묘지에 안치돼 있는 미얀마의 독립영웅 아웅산 장군이 야당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의 아버지라는 점도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 당시 정부 관계자들은 "아웅산 국립묘지 방문은 미얀마 국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항"이라며 국립묘지 방문 당일까지 이 사실을 비밀에 부치기도 했다.
최근 미얀마 신정부가 아웅산 수치 여사의 정치적 활동을 보장하고 해외 방문까지 허용하는 민주화 조치가 '아웅산 테러 희생자 추모비' 건립 허가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