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1.02 22:26
김대중 정부는 2002년 말 경제자유구역 특별법을 제정, 인천 송도 같은 경제자유구역 내에 외국인 투자 병원을 세워 외국인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길을 터줬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엔 외국인 병원에서 내국인 진료도 가능하도록, 2007년엔 외국 법인도 수익을 목적으로 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두 차례 법을 개정했다. 이번에 공포된 시행규칙은 그때 만들어진 법을 집행하는 데 따르는 세부 절차를 담고 있다. 민주당은 제주 강정해군기지에 이어 다시 자기네가 집권하던 시절에 추진했던 정책을 뒤집겠다고 나선 것이다.
야권과 좌파 단체가 외국 병원을 거론할 때 쓰는 '영리(營利)병원'이란 용어는 사실의 왜곡이다. 비영리법인인 삼성생명공익재단·아산사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삼성의료원·현대아산병원 같은 대형병원은 수익을 남기더라도 그 돈은 병상을 늘리거나 의료 장비를 구입하는 데 써야지 배당을 통해 병원 밖으로 가져갈 수 없다. 그러나 의사 개인이 세운 병원 1117곳과 의원 2만7000곳은 '영리병원'이다. 외국 병원을 허가하면 국내에 없던 영리병원이 새로 등장한다고 몰고 가는 것부터가 거짓말이다.
지금 진짜 문제는 경제자유구역에 외국 의료기관을 허용하는 입법 절차가 완료됐지만 외국 투자가가 들어올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전국 경제자유구역 6곳에서는 외국 기업 투자가 끊긴 지 오래다. 찾아올 외국인 환자가 없는데 누가 뭣 하러 외국 병원 설립에 투자하겠는가. 내국인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병원을 찾아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인천 송도는 최근 유엔 녹색기후기금(GCF)을 유치했다. GCF가 자리잡으려면 외국 직원들이 이용할 병원, 학교 등의 부대 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어야 한다. 민주당이 외국계 병원 설립도 불허(不許)하겠다면 허허벌판에 텅 빈 고층빌딩만 들어서 있는 경제자유구역을 이대로 방치하겠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