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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 포기 ‘통큰 명퇴’ 심상정 vs 27억 챙기고 “단일화” 이정희

화이트보스 2012. 11. 29. 11:43

20억 포기 ‘통큰 명퇴’ 심상정 vs 27억 챙기고 “단일화” 이정희

기사입력 2012-11-29 03:00:00 기사수정 2012-11-29 04: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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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권에선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이라는 ‘빅2’ 대선후보 외에도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화제에 오른다. ‘조건 없는 양보’나 ‘희생’이란 단어는 아직도 우리 정치권에선 낯설고 신선하기 때문인 것 같다.

심 의원은 대선후보 등록 마감일인 26일 당 대선후보직을 사퇴했다. 사퇴의 변으로는 “야권의 대표주자가 된 문 후보를 중심으로 정권교체의 열망을 모아 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문 후보와 사전에 상의도, 만남도 갖지 않았다. 그의 ‘결단’으로 원내 3당(7석)인 진보정의당은 후보등록만 했더라면 받을 수 있는 국고보조금 20억400만 원을 공중에 날렸다. 한 푼이 아쉬운 신생 정당의 처지에선 포기하기 어려운 큰돈이다. 대선 TV토론에 참여할 기회도 스스로 던져 버렸다. 주변에선 “TV토론 한 번이라도 나가야 목소리를 더 키울 수 있다”라거나 “명분을 위해서라도 문 후보와 만난 뒤 결단해야 한다”라며 ‘선(先) 등록, 후(後) 사퇴’를 조언했지만 그는 “진보는 좌고우면해선 안 된다”라며 반대했다고 한다.

심 의원의 한 측근은 “심 의원은 23일 안철수 후보가 사퇴하면서 진보진영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깊이 고민했다”라며 “‘돈’(국고보조금) 문제를 고민해 본 적은 한번도 없다. 오히려 중도 사퇴야말로 ‘먹튀’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대선후보가 일단 등록한 뒤에는 선거 도중 사퇴하더라도 소속 정당은 국고보조금을 반납하지 않아도 되지만, 심 의원은 이를 ‘국민 기만 행위’로 여긴다는 설명이었다. 26일 사퇴 회견 직후 심 의원이 찾은 곳도 경기 평택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시위 현장이었다. 인터넷이나 트위터에는 “역시 통 큰 진보, 심상정!” 같은 응원의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심 의원의 처신은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와 대조를 이룬다. 이 후보는 후보등록을 통해 기호 3번과 국고보조금 27억3500만 원을 받아냈다. 후보 등록 직후엔 “정권교체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라며 사실상 민주당에 단일화 협상을 요구했다. 그는 앞으로 ‘진보정당의 여성 대선후보’란 화려한 타이틀을 두르고 의석수 5인 이상 정당의 후보 자격으로 대선 TV토론에도 참여한다.

이 후보는 통합진보당의 총선 비례대표 부정 경선에 대해 “중세 마녀사냥식 의혹 제기”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거나 “종북(從北)이 아니라 종미(從美)가 문제”라는 궤변을 반복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국민의 밝은 눈과 귀는 똑똑히 보고 지혜롭게 판단할 것이다. 무엇이 진정한 진보인지를….

조수진 정치부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