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2.05 23:30
4일 첫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 나온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는 정직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통합진보당은 국기에 대한 경례도 하지 않고 애국가도 안 부른다"고 하자 "당대표 할 때 국가 차원의 공식 의례는 다 함께 했다"고 맞받았다. 박 후보가 다시 "그 당 의원 중에서 그걸 거부하는 의원들이…"라고 하자 중간에 말을 자르며 "알고 말해야 한다. 사실과 전혀 다른 말씀이다. 준비를 잘 해갖고 와야죠"라고 면박까지 줬다.
통합진보당은 민주노동당을 계승한 정당이다. 민주노동당은 2000년 창당 이후 이 후보가 당대표를 맡았던 올봄까지 당 공식 행사에서 국민의례를 한 적이 없다. 이 후보와 같은 파벌 밥을 먹어온 이석기 의원은 대놓고 "애국가는 국가(國歌)가 아니다"고 말했다. 국민은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의 이런 행태를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이 후보는 전체 국민을 건망증 환자로 취급했다.
이 후보는 덮어씌우기와 동문서답(東問西答)에 이골이 난 닳고 단 정치인이었다. 박 후보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북한 책임을 묻자 "박 후보가 말하는 것을 보면 집권하더라도 10·4선언 핵심인 서해평화협력지대는 영영 못 만드는 것 아닌가 싶다" "유신 퍼스트레이디는 남북 화해 대통령에 맞지 않는다"는 너스레로 북한 책임이란 말만은 결사적으로 피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포기해도 좋다는 생각이냐"는 물음에도 답을 먼저 하지 않고 "박정희 시절 영해법이 제정됐을 때 서해 5도 수역엔 영해선이 그어져 있지 않은 지도가 붙어 있었다"고 혼자 강연을 했다. NLL이 그어진 게 1953년인데 1970년대 이야기를 끄집어내 뭉개려는 걸 보면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모양이다.
이 후보는 "단일화한다면서 왜 토론회에 나오나"란 추궁에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충성 혈서를 써서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키 마사오. 한국 이름 박정희. 뿌리는 숨길 수 없다. 친일과 독재의 후예인 새누리당이 한·미 FTA 날치기로 경제 주권을 팔아넘겼다" "정치 쇄신의 핵심은 새누리당이 없어지는 것"이라고도 했다. 진보 정당의 대통령 후보라는 사람이 상대가 뭘 물었고, 자신이 뭘 대답해야 하는지 모를 리 없다. 이 후보는 이날 진보 정당 내부에서 이런 식으로 경쟁자를 때려잡고 당권을 거머쥐는 걸 당연한 일로 여기는 이 나라 가짜 진보의 체질을 전 국민을 향해 실황(實況)으로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