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권력’ 검찰, 강한 견제 필요하다
기사입력 2012-12-13 03:00:00 기사수정 2012-12-13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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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중앙수사부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검사장까지 지내고 퇴임한 지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검찰의 최대 문제는 뭔가?” 그는 “리더십의 위기”라고 했다. “검찰은 엘리트 집단이다. 리더는 일처리도 뛰어나야 하지만 신망이 두터워야 부하들이 따른다. 그런데 고위간부들이 청와대만 쳐다본다.” 내친 김에 “중수부장이 검찰총장에게 항명하는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가”라고 묻자 “둘 다 물러났어야 옳았다. 특정 지역을 챙기는 청와대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시종일관 “청와대가 문제”라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게 다일까. 총장 잘 뽑고 청와대만 잘하면 해결될까. 국민 관점에서 얘길 듣고 싶어 한 기업인을 찾았다. 한때 고위공무원이었던 그는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까지 살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총장과 청와대만 잘하면 된다고? 천만에! 제도 개혁 없는 검찰 개혁은 있을 수 없다. 수사·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현 검찰은 한국 사회에서 유일한 절대 권력이다. 마음만 먹으면 다 구속시킬 수 있고 다 풀어줄 수 있다. 증거 조작? 너무 쉽다. 고문만 안 한다 뿐이지 갖은 협박 모욕을 통해 피의자를 멋대로 요리한다. 최근 한 검사가 매형이 일하는 법무법인에 사건을 알선한 혐의로 조사를 받는 중이라고 보도됐던데 나도 조사 받으면서 ‘당신 수사 검사한테는 어떤 변호사를 써야 한다’는 말을 공공연히 들었다. 나와 함께 감옥살이를 한 벤처 기업인은 담당 검사로부터 ‘내 친구인 A 변호사한테 10억 원을 주면 풀어주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돈이 없어서 감옥까지 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도 최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기업인의 말이 이어졌다. “피의자를 구속시키고 안 시키고에 따라 수임료에 0이 하나 더 붙는다. 풀어주면 수임료가 5000만 원이지만 구속시키면 5억 원으로 뛴다. 검찰 출신 변호사와 검찰 간 거대한 먹이사슬 구조를 누가 깨겠나. 피 토하는 심정으로 검찰 개혁을 부르짖고 싶지만… 내 이름이 (기사에) 나가면 안 된다”고 했다. 그의 표정엔 공포가 스쳤고 목소리는 떨렸다.
15년 판사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에게 이 기업인의 말을 전했다. 그랬더니 “모두 사실일 것”이라고 했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 되는 경우 많이 봤다. 검사의 모럴(도덕)이 무너진 지 오래다.” 옆에서 듣고 있던 대기업 임원이 이 말을 받았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아무리 동기라지만 중수부장이 부패 검사에게 언론 대응 문자메시지를 보내나, 바깥세상 변한 줄 모르고 얼마나 온실에서 살고 있으면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사과 한마디 없나. 기업이라면 상상도 못한다.”
검찰의 힘은 막강하다. 전직 대통령과 친인척은 물론이고 재벌 총수들까지 감옥에 보내지 않는가. 하지만 검찰이 사법정의를 실현하고 있다고 믿는 국민은 별로 없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팽배한 이유다. 대통령 후보들도 국민의 공복이 되겠다고 하는 마당인데 검찰만 국민 앞에, 법 앞에 군림하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느낀 검찰의 구조적 문제점은 “누구로부터도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들 이구동성으로 “수사권 조정은 물론 공직자비리수사처든 뭐든 강력한 견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중수부 폐지하면 뭐하나. 재벌기업 회장 비서실이 ‘구조본’이나 ‘미래전략위’로 이름만 바뀌는 것 보지 않았나.” 판사 출신 변호사가 던진 마지막 말이 오래 남았다.
허문명 오피니언팀장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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