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2.29 03:02 | 수정 : 2012.12.29 16:51
서울 성북서 간경화로 숨진 40대 - 10여년전 부인과 이혼하고
고시텔 머물며 혼자 생활… 외아들은 1년에 한 번 볼 정도
서울 종로서 백혈병 숨진 40대 - 병 걸린 후 치료비 부담 느껴
형제들까지 보려하지 않고 사회생활도 거의 안해…
지난 22일 오후 9시 30분쯤 서울 성북구의 한 고시텔에서 김모(42)씨가 코와 입에 피를 흘리며 숨진 채로 발견됐다. 김씨 배는 복수가 차 불룩하게 나와 있었다. 옷장과 침대, 냉장고, TV만 있던 방 안에는 약봉지가 널브러져 있었다. 월세 22만원짜리 방(5㎡·약 1.5평)은 창문조차 없었다.
유족과 경찰에 따르면 봉제 일을 하던 김씨는 3년 전부터 간경화를 앓았다. 담당 검안의는 "간경화로 피가 잘 통하지 않다 정맥이 부풀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0여년 전 이혼한 김씨는 고등학생인 아들도 있었지만 그의 임종은 아무도 지키지 못했다. 김씨의 형(44)은 "몇년간 연락도 잘 안 하고 무얼 하는지도 몰랐다"며 "고시원에 들어간 것도 이번에 알았다"고 말했다.
유족과 경찰에 따르면 봉제 일을 하던 김씨는 3년 전부터 간경화를 앓았다. 담당 검안의는 "간경화로 피가 잘 통하지 않다 정맥이 부풀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0여년 전 이혼한 김씨는 고등학생인 아들도 있었지만 그의 임종은 아무도 지키지 못했다. 김씨의 형(44)은 "몇년간 연락도 잘 안 하고 무얼 하는지도 몰랐다"며 "고시원에 들어간 것도 이번에 알았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고독사한 안모씨가 살던 서울 종로구의 20만원짜리 월세방. 7㎡(약 2평) 남짓한 방의 창문은 절반이 책꽂이로 막혀 있다. 28일 이곳을 찾았을 때 안씨 유품은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이시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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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또 다른 사촌동생(39)은 빈소에서 "간경화였던 형이 돈이 없어 제대로 치료도 못 받은 채 불쌍하게 죽었다"며 오열했다. 외아들 김모(17)군은 "아버지가 아픈 뒤로 1년에 한 번 보기가 어려웠다"며 "아버지가 죽은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13일 오후 6시쯤에는 서울 종로구의 기와지붕으로 된 집의 한 방에서 안모(47)씨가 혼자 숨진 채 발견됐다. 안씨의 시신은 TV 소리가 하루종일 끊기지 않던 것을 수상히 여긴 옆방 세입자가 발견했다. 역한 냄새가 나던 방 안에는 약봉지가 널려 있었다. 유서는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죽은 지 1~2일이 지나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간경화를 앓던 김씨처럼 안씨의 임종을 지켜준 사람은 없었다. 한때 시민단체에서 일을 하던 안씨는 9년 전부터 백혈병을 앓았다. 형제들은 안씨 치료비로만 1억원 이상을 썼다고 한다.
안씨는 병에 걸리자 하던 일도 그만두고 사람들을 피하기 시작했다. 큰형은 안씨에게 골수 이식까지 해줬다. 하지만 안씨는 형제들까지 피했다. 안씨의 형(54)은 "동생이 병에 걸린 뒤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해 위축감을 많이 느꼈고, 형제들이 치료비를 도와준 것도 부담스러워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남들과 교류는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전했다. 형제들은 안씨가 5년 넘게 20만원짜리 월세방에서 혼자 살았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안씨와 같은 집에 사는 세입자 김모(42)씨는 "이 집에 사는 사람 중 그나마 내가 안씨와 이야기를 많이 한 편이지만 무슨 병에 걸렸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안씨 유족은 "사촌들 외에는 장례에 대해 거의 알리지 않았다"며 "조용히 화장한 뒤 외국에 있는 어머니가 돌아오면 납골함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중병을 앓는 환자들이 주변과 단절된 채 고독사한다는 것은 이들이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