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의 재발견/겨례의 지도자

박근혜 당선인이 가장 싫어할 사람은?

화이트보스 2013. 2. 16. 10:25

박근혜 당선인이 가장 싫어할 사람은?

 

직업별로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산부인과 의사는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사람 질색이다.

누군가 “생긴 대로 살겠다”라고 하면 성형외과 의사는 속 터진다.

한의사 앞에서 “밥이 보약”이라는 사람은 주책바가지다.

여행 가이드에게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말은 삼가야 한다.

 

그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①“당신 떨어뜨리려고 출마했다”라는 사람

②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에게 “현 정부에서는 뭐했느냐”라고 타박하는 사람

③애꿎은 다리 불사르고 비행기 타고 날아간 사람

 

 

 

 

정답은 ④번이다.

쥐뿔도 모르면서 “이러다 선거 진다”라고 말한 사람들이다.

‘후보님, 박정희 정권 시절 과거사에 대해 빨리 사과해야 합니다. 이러다 선거 집니다’

‘정수장학회 문제 털고 가야 합니다. 이러다 선거 집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당내 갈등 빨리 정리해야 합니다. 이러다 선거 집니다’…

당선 이후 이렇게 호들갑을 떤 사람들을 떠올리며

박 당선인은 얼마나 혀를 찼을까.

물론 개인적 추측이다.
 

 

박 당선인은 역시 ‘선거의 여왕’이었다.

투표율이 70%만 넘어도 힘들 줄 알았는데 75.8%를 찍었어도 이겼다.

수도권에서 지고도 대선에서 이긴 유일한 당선인이다.

그러면서 각종 신기록까지 세웠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첫 과반 득표 대통령,

최다 득표 대통령, 여기에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까지.

 

 


 

 

하지만 기쁨은 개표일까지다.

국정 운영의 공식은 선거 승리의 공식과 정반대다.

선거는 내 지지층을 결집하고 상대 지지층을 분열시켜야 이긴다.

‘안보와 위기’ 마케팅은 그래서 절묘했다.

 

반면 국정은 상대 지지층을 끌어안고 내 지지층을 설득해야 성공한다.

세계적으로 좌파 지도자가 우파 정책을,

우파 지도자가 좌파 정책을 썼던 정부가 성공한 이유다.
 

 

선거가 끝난 지 꽤 지났건만 박 당선인은 아직도 선거 모드다.

과격한 우파 논객을 자신의 ‘입’으로 임명했다.

내 지지층의 결집과 상대 지지층의 분열이 더 필요하다고 느낀다는 얘기다.

박 당선인의 진짜 의도는 중요치 않다.

정치는 어차피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쪽에 달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첫 조각을 ‘고소영’으로 망쳐 버린 뒤

후속 인사에서 아무리 능력 위주 발탁을 해도 믿어 주는 이가 없었다.

‘고소영’이 무엇의 줄임말인지는 중요치 않다.

인사를 엄청 못했다는 것만 뇌리에 쏙쏙 박힐 뿐이다.
 

 

대탕평 인사는 박 당선인의 공약이어서 지켜야 하는 게 아니다.

정권 생존의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도 최다 득표였지만 문재인 후보도 좌파 후보로 역대 최다 득표였다.

이명박 정권은 광화문에 8만여 명이 모여 촛불을 들자 흔들렸다.

그보다 183배 많은 1469만 명이 박 당선인을 반대했다.
 

친박 인재풀의 한계도 선거 때 여실히 드러났다.

대탕평 인사를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는 구조다.

캠프 총괄 김무성, 정책 실무총괄 진영, 긴급 투입된 조해진 안형환 정옥임 박선규 대변인 등은

모두 친이거나 탈박(脫朴)이었다.
 

 

박 당선인은 국무총리에게 실질적 국무위원 제청권을,

장관에게 부처 및 산하기관장의 인사권을 넘기겠다고 약속했다.

이참에 인수위원장만 임명하고 인수위원 인사권을 인수위원장에게 넘기면 어떨까.

 

 

총리 후보로 지명됐다가 최근 낙마한 김용준 인수위원장

 

싫어할 줄 뻔히 알면서 갈 데까지 가 보는 심정으로 말한다.

‘당선인님! 이러다 정권 실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