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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의 '조국 헌신'… 이렇게 가벼운 것이었나

화이트보스 2013. 3. 6. 11:06

김종훈의 '조국 헌신'… 이렇게 가벼운 것이었나

  • 정우상·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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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3.06 03:01

    정우상·정치부

    김종훈 전(前)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4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명령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의 난맥상을 지켜보면서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려던 저의 꿈도 산산조각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마음을 지켜내기 어려웠다"고 했다. 5일 출국길에는 "한국에 언제 다시 오느냐"라는 질문에 "모르겠다"고 했다.

    김 전 후보자의 사퇴를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둘로 나뉘는 것 같다. 하나는 미국 국적을 포기하면서까지 한국에 봉사하려 했던 기업가의 뜻을 꺾어버린 한국의 정치 문화에 대한 환멸이다. 그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통과되지 못해 국회 인사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했다. 게다가 내정 후 보름 동안 이중국적과 미국 CIA 자문위원 경력 관련 의혹 제기가 잇따랐다. 말이 의혹 제기였지 "너의 진짜 조국은 어디냐"는 거친 질문이었다.

    또 하나는 "조국에 헌신하겠다"던 다짐이 단 보름 만에 포기되고 산산조각 날 만큼 가벼운 것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조국'과 '헌신'이라는 말의 무게에 비해 장관 자리를 받아들이고 중간에 사퇴하는 과정이 너무 가볍지 않으냐는 시선이다. 조국에 헌신하는 길이 굳이 독립열사들처럼 비장할 필요는 없다. 군 복무를 위해 훈련소로 떠나는 청년, 불구덩이에 갇힌 어린이를 구하는 소방관들은 '조국' '헌신' 같은 거창한 말 대신 묵묵히 살아가는 자체로 헌신하고 있다.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오전 10시 30분쯤(현지 시각)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 도착해“큰일을 하고 오진 못했지만, 우리 국민이 이중국적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김 전 후보자는 기자 들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가 한마디만 하겠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임민혁 특파원

    김 전 후보자가 살았던 미국은 인사 검증을 위해 연방수사국(FBI), 국세청,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나선다. FBI 조사관은 이웃들에게 후보자의 평판까지 묻는다. 여기에 비하면 우리 인사검증은 거칠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더 엄정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김 전 후보자는 회사로 치면 모든 신입 사원이 거쳐야 하는 필수코스인 '극기 훈련'을 견디지 못하고 사표를 쓴 경우다. '조국'과 '헌신'은 대한민국 장관들이 모두 이겨냈던 극기 훈련을 중도에 포기한 사람이 그렇게 쉽게 입에 올릴 말이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