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문화/사회 , 경제

재벌집 털다 복역한 3년6개월까지… 민주화 배상금 13억 適正했나

화이트보스 2013. 4. 7. 10:10

재벌집 털다 복역한 3년6개월까지… 민주화 배상금 13억 適正했나

  • 엄보운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입력 : 2013.04.06 03:04

    이학영 의원, 민청학련 사건관련 거액 배상금 논란… 법조계 "주먹구구 계산" 비판
    어떻게 계산했기에, 교직 이수해 교사기준 배상 1975~2014년 정년때까지
    40년치 월급·퇴직연금에 위자료까지 모두 넣어 산정
    급여 이중 수령도 문제, 국회의원 되기 전 YMCA 등서 일해 급여받고
    의원으로 歲費 1억 넘게 받는 지금까지 배상기간에 포함

    국회의원 재산 변동 사항이 공개된 지난달 29일. 지난 1년 동안의 '재테크 성적'이 공개된 이날, 의외의 인물이 재산 증식 3위에 올라 있었다. 민주통합당 이학영 의원(61·사진)이었다. 그의 재산은 작년 한 해 12억8000만원 늘었다. 이 중 9억6000만원이 예금 증가분이었다. 예금 증가 사유는 '민청학련 사건 관련 민주화 운동 위자료 및 손해 배상금 수령.' 이 의원이 받은 금액은 13억1000만원이었다.

    1980년 2월 5일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남민전) 사건'첫 공판 모습. 이학영 의원은 당시 남민전 활동 자금을 마련한다며 최원석 전 동아건설 회장 집에 들어가 금품을 털다 검거돼 징역형을 살고 있었다. / 조선일보 DB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은 1970년대 유신 정권에 반대하는 유인물을 배포한 대학생들을 '국가를 전복시키고 공산정권 수립하려 했다'는 혐의로 구속한 사건이다. 2010년 재심 판결로 관련자들이 대거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 의원의 배상금은 함께 보상을 받은 132명 중 둘째로 많다. 가장 많은 액수(13억2500만원)를 받은 윤모씨의 배상금엔 세상을 뜬 어머니와 아버지가 받아야 했을 위자료가 포함돼 있었다. 당사자가 받은 금액으론 이 의원의 배상금이 가장 많았다. '13억 배상금'에 대해 이중 수령 논란 등 배상금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배상금, '1975~2014년 교사 근무' 기준

    유신 체제였던 1974년. 전남대 국어국문학과 학생이었던 이 의원은 유신 반대 시위를 하다 붙잡혀 징역 7년형을 받고 10개월가량 복역했다. 당시 지식인, 대학생 1024명이 조사를 받고 180여명이 구속됐다.

    이 의원은 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 시절인 2010년 8월 서울고등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즉각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손해배상금으로 12억6000만원을, 2심은 이보다 많은 13억1000만원을 책정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 이를 확정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13억여원의 배상금을 받았는데 재산 변동 사항에 증가분을 9억6000만원으로 등록한 것은 (수령액 중 일부를 써서) 재산을 공개한 시점에 남은 돈이 그만큼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이 받은 배상금은 어떤 방식으로 산정되는지, 판결문을 통해 알아봤다. 배상금의 대부분은 '재산상 손해'였다. '민주화 희생자가 되지 않았다면 얼마를 벌었을지'를 가정한 다음 이를 국가가 보상해주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학영 의원이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다면 1975년 선생님이 됐으리라고 가정하고 손해액을 계산했다. 국문과 학생이었던 이 의원은 교직 과정을 이수하면서 선생님이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법원은 이 의원이 정년(62세) 퇴임을 하게 되는 2014년 8월까지 한 해도 빠지지 않고, 교편을 잡았다고 가정했다.

    이 의원이 40년 동안 받은 봉급을 연 이율 5% 예금에 넣어뒀을 경우 약 8억3000만원이 모인다는 것이 법원의 계산이다. 퇴직금 격인 교원연금(일시금 기준) 2억3000만원도 배상액에 더해졌다. 나머지는 정신적 피해와 명예훼손에 따른 위자료다. 이렇게 해서 이 의원은 모두 13억1000만원(봉급+퇴직금+위자료)을 배상받게 됐다.

    계산법은 간단해 보였다. 그러나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은 이런 배상금 계산 방식이 허술하고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다른 일을 하면서 돈을 받은 기간은 물론 그가 강도죄로 감옥에서 산 시기까지 '교사 급여 보상 기간'에 넣었기 때문이다.

    ◇강도죄로 감옥 있는데도 교편 잡았다?

    법원은 이 의원이 남의 집을 털다 잡혀 복역한 3년6개월까지 '교사로 일할 수 있었던 기간'에 넣었다. 이 기간분의 배상액으로 정부는 약 2000만원을 지급했다.

    이 의원은 1979년 최원석 당시 동아건설 회장의 집을 털려고 하다 잡혔다.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남민전)의 활동자금을 마련한다는 명분이었다. 당시 그는 김남주 시인 등 4명과 최 전 회장의 집 담을 넘었고, 집에 있던 최 전 회장 가족을 결박하고 금품을 뒤지다가 경찰에게 붙잡혀 3년6개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법원은 이 기간을 배상액 산정 기간에 넣었다. 이 의원이 강도 행각을 해서 감옥에 간 기간도 교편을 잡을 수 있었던 때로 여겼단 얘기다. 여러 법조인들은 법원의 판단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법조인은 "복역 기간은 어떤 경우라도 법률상 교사가 될 수 없고, 원칙적으로 손해배상금을 산정할 때 그 기간을 빼게 돼 있다"며 "100명 넘는 사람들의 배상액을 한꺼번에 판단하다 보니 벌어진 실수일 수 있다"고 말했다.

    YMCA에서 월급 받으면서도 가르쳤다?

    이 의원은 1975~2014년 내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무(無)수입으로 지낸 것이 아니다. 이 의원은 지난해 국회의원이 되기 전 약 28년 동안은 YMCA에서 일했고, 2003년부터 2011년까지 YMCA 전국사무총장을 지냈다. YMCA 측은 "사무총장은 상근직으로 연봉을 받는다"고 했다. 정확한 연봉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YMCA에서 일하는 동안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 한국가스공사 비상임이사, 삼성 고른기회교육재단 이사 등으로 일했다.

    피고인 정부의 소송을 대리한 법무공단 측은 재판에서 "40여년 동안 이 의원이 다른 직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은 손해배상금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증거가 없다"며 정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법조인은 "그 기간 중 일을 해서 수입이 있었다면, 손해배상금에서 그 수입을 제하는 것이 맞다. 그렇지 않으면 이중으로 돈을 번 셈"이라고 말했다.

    ◇연봉 1억 넘게 받는 지금도 배상 기간?

    이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받아 경기 군포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국회의원이 받는 연봉은 1억원이 조금 넘는다. 여기에 각종 수당과 후원금을 합치면 이보다 훨씬 많은 수억원을 한 해 동안 벌어들이게 된다.

    그런데 법원은 의원으로 일하는 기간도 '교사로 일할 수 있었던 기간'에 넣었다. 이 의원 입장에서는 국회의원 연봉과 교사 연봉을 이중수령하는 셈이다. 판결문에는 국회의원이 된 2012년 5월 이후의 '재산상 손해', 즉 2012년 5월 이후 교사로 일했다면 받을 수 있었을 돈이 8862만원이라고 되어 있다. 한 법원 관계자는 "이 의원이 받은 손해배상금은 '2014년까지 다른 소득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결정됐다. 이 의원이 국회의원 세비를 받는 것을 막을 길이 없지만, 배상금·세비 이중수령 문제가 분명히 있다"라고 말했다.

    기자는 배상금 산정 의혹에 대해 이 의원 본인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의원회관 사무실 전화와 여러 명의 보좌관·비서의 휴대전화로 3일 동안 여러 차례 답변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 의원 측은 '곧 연락을 주겠다'는 답을 하고 전화를 끊을 뿐, 아무 의견을 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