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의 재발견/민족사의 재발견

동아시아 최강국이던 ‘古朝鮮 DNA’가 한국 경제발전의 원동력?

화이트보스 2013. 6. 24. 16:11

동아시아 최강국이던 ‘古朝鮮 DNA’가 한국 경제발전의 원동력?

  • 이진석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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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6.24 03:03

    
	이진석 경제부 차장
    이진석 경제부 차장
    60년전 6.25 전쟁의 참화로 잿더미가 됐던 아시아의 작고 가난한 나라가 어떻게 세계 15위권 경제 대국으로 컸을까요? 경제분야를 취재하면서 품고 있는 ‘의문’입니다. 독일의 수백m 지하 탄광에서, 중동의 사막 모랫바람을 뚫고 ‘잘 살아보자’는 일념으로 일한 근면성과 의지 만으로는 설명이 잘 안됩니다. 이런 궁금증에 도전해 천착하는 전직 고위 공무원이 있는데, 올 2월 “새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자진사퇴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입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
    김석동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

    부동산부터 금융 시장까지 긴급 대책이니, 종합 대책이니 하는 것들이 필요할 때마다 등장해 문제를 해결해 '영원한 대책반장'으로 불리는 분이죠. 그는 유라시아 기마유목민족의 역사, 고조선 건국 등 우리 민족의 상고사(上古史)에 대해 놀랄만한 열정을 갖고 있습니다.

    점심이나 저녁 자리마다 거의 빠짐없이 이 얘기를 꺼냅니다. “어이, 한 번 들어보라니까”로 시작하는 그의 고대사 강연은 기자들 사이에서 유명합니다. 본인은 “고대사 연구에서 나 정도면 상당히 내공있는 고수(高手)급에 속한다”고 합니다.

    그가 몽골을 중심으로 어지간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빠짐없이 다녀온 것이나 금융위원장 퇴임 후 올 3월 중순부터 한 달 가까이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 7개국을 여행한 것도 아시아 초원의 기마유목민족의 활동 무대와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가 남긴 유물과 유적을 직접 돌아보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경제와 한민족(韓民族)의 DNA’라는 80쪽짜리 교재까지 만들어 주변에 나눠줍니다. 2011년 1월 금융위원장 취임 직후 출입 기자들을 불러모아서 이 책자로 강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 경제와 한민족(韓民族)의 DNA' 책 표지
    '대한민국 경제와 한민족(韓民族)의 DNA' 책 표지

    중국 漢族을 군사적으로 압도한 기마유목민족 ‘고조선의 막강 파워’

    ‘한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은 우리 민족의 핏속에 흐르는 기마유목민족의 DNA이다’는게 핵심 요지입니다. 그는 “기마유목민족은 척박한 자연 속에서 억척스럽게 살아남은 민족이자 차례로 유라시아를 제패한 빛나는 전통을 갖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1980년대 ‘환단고기’ 등 정사(正史)에서는 다루지 않는 고대사를 다룬 역사책들이 국내에 유행한 적이 있는데 그와 비슷한 얘기이죠.

    김 전 위원장은 특히 고조선에 주목합니다. “고조선은 신화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했던 국가였고, 동아시아 최초이자 최강의 국가였다. 고조선은 중국의 한족(漢族)과 항상 전쟁을 하는 대립 관계였고, 그 전쟁은 고조선이 압도적인 우위에 있었다.”

    그는 단군조선이 기원전 2308년에 건국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고 강조합니다. “청동기문명은 유럽에서 아시아로 전파되었으므로 유럽·중국·시베리아보다 한반도에서 먼저 국가가 나타날 수 없다”는 기존 학계의 통설을 반박하는 그는 “근래 유적 발굴 성과 등을 토대로 보면, 청동기 문명이 오히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전파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의 남단·중부와 만주 지역 청동기는 기원전 2500년경에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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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학자들이 양수리 고인돌 유물이 BC 2665년에서 2140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한다는 내용을 김 전 위원장은 구체적 근거로 내놓습니다.

    고조선은 몽골고원과 바이칼호 지역의 고(古)아시아족이 중앙아시아와 만주로 이동하면서 고조선족과 흉노족으로 나눠진 뒤 고조선족이 건국한 나라라고 합니다. 조선시대에 오랑캐라고 불렀던 만주(滿洲) 일대의 민족들이 모두 한 핏줄이라는 겁니다.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에 '고조선족과 흉노족은 3000년 전에는 형제간의 동족이라는 내용이 있다는 것을 근거로 삼습니다.

    그는 “고조선의 중심이 한반도가 아니라 만주의 요동이었다”고 주장합니다. “대동강 중심설은 이병도·송호정·일본사학계의 주장이고, 요동 중심설은 신채호·최남선·안재홍·정인보 등이 주장했다. 중국 역사서에도 고조선이 만주 지역을 중심으로 한 국가라는 사실이 등장한다"는 것이죠.

    그는 "보수적인 견해를 취하더라도 고조선은 요서,요동,만주일대,한반도의 광대한 영역을 지배했다"며 "만주일대와 한반도, 몽골지역, 중국대륙 북부및 동부지역, 일본지역까지 포괄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고 말합니다.

    김 전 위원장은 “1983~85년 발해만 인근에서 발견된 대규모 유물이 바로 고조선이 세운 홍산문화의 증거”라며 “BC 4500년에서 3000년 사이에 융성했던 홍산문화가 후기 신석기 시대, 배달국 시대의 한민족의 역사를 알려주는 중대한 유적”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홍산문화를 중국의 역사에 편입시키기 위해 벌이고 있는 것이 역사공정”이라고 주장합니다.

    홍산문화가 중국의 황하(黃河)문명보다 2000년 빠르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홍산문화를 포함해 현재 중국 국경 내에 존재하는 모든 문물이 중국 역사라는 식으로 동북공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중국은 단군과 웅녀, 주몽이 황제의 후예이고, 고조선과 부여, 발해 등 고대 한민족사는 중국사라고까지 주장하는데, 우리가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환단고기, 삼성기, 태백일사, 단군세기, 북부여기,규원사화 같은 역사서들을 근거로 제시합니다.

    유라시아 대륙 주름잡던 기마민족의 혼과 패기 덕분에 세계 최고의 고속 성장

    그가 BC 3000~5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서 기마유목민족의 기원을 연구하는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경제 관료다운 이유가 있습니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우리의 경제 성장은 유라시아 대륙을 주름잡던 기마(騎馬)민족의 정신과 혼(魂)이 우리 민족의 핏속에 흐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2030년쯤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게 되는 것도 다 말을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제패한 DNA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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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의 DNA에는 모험을 두려워 하지 않는 대외지향성, 유연하게 상황에 적응하는 시장친화성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유라시아를 제패한 기마유목민족의 DNA가 잠재한 대한민국의 국민은 세계 어느 민족보다 용감하고 영리하다"고 합니다.

    그는 지난 50년간 이룩한 우리의 경제 성장에 대해 "역사상 가장 빠른 성장"이라고 평가합니다. 김 전 위원장의 연구에 따르면 16세기 식민지 개척으로 근대 최초의 식민제국을 건설했던 스페인은 1500년에서 1600년 사이에 GDP(국내총생산)가 1.6배 성장했고, 16~17세기 해양 강국이었던 네덜란드는 1500년에서 1700년 사이에 5.6배, 산업혁명으로 세계 패권국가가 된 대영제국은 1700년에서 1870년까지 9.4배의 성장을 각각 했답니다.

    미국은 1870년부터 1940년까지 9.5배, 일본은 1913년부터 1970년까지 14.1배 각각 성장한 반면, 우리나라는 1960년부터 2011년까지 34.5배의 성장을 했답니다. 숫자로 풀어보면 정말 엄청난 성장이고 눈물과 땀의 역사임을 새삼 느끼게 되죠. 우리나라는 수출액 기준으로 1960년 88위에서 1980년 26위, 2011년 7위로 올라섰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기마유목민족의 패기를 가진 대한민국이 아니면 50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성과”라고 자랑합니다.

    2011년 기준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이 반도체(DRAM)는 65.3%로 1위, 휴대전화도 1위(31.1%), 디스플레이도 1위(53.8%)입니다. 자동차는 5위(5.8%), 철강은 6위(4.1%)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버즈두바이(두바이), 2위인 타이페이101(타이페이), 5위인 페트로나스타워2(쿠알라룸푸르)를 한국 건설사가 세웠다는 것도 강조합니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하계올림픽, 동계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까지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개최한 국가는 전 세계에서 한국과 독일, 프랑스,일본, 이탈리아 등 5개국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보릿고개가 남아있던 1953년생으로 1980년부터 관료 생활을 시작한 그는 우리나라가 부강한 나라가 되는 것이 꿈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고대사를 되돌아보며 각오를 다졌던 듯 합니다. “우리는 잘 될 수 밖에 없는 민족”이라는 믿음도 갖고 싶었겠지요.

    그의 고대사 이야기는 역사학계에서는 통설이나 정설과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한번쯤 진지하게 귀담아 들어볼 만 하다는 생각입니다.

    아시아의 작고 가난한 나라가 이룬 기적같은 경제적 성취는 어쩌면 그의 말대로 우리가 유라시아 대륙의 드넓은 초원을 지배했던 기마민족의 자손이기에, 동아시아 최강 국가였던 고조선의 후예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