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7.06 03:08
[육·공군마트 2년전 도입한 '최고할인율 낙찰제'… 업체들 악용]
4천원대 훈제치킨, 2만5천원… 2천원대 입술크림, 1만2천원
6배이상 시중가 부풀려놓고 "70% 넘게 할인했다"며 생색
軍,현장조사 없이 할인율비교… 해군처럼 민영화 추진엔 "값 올라 병사들 피해" 반대
중소 업체인 A사는 올해 냉동 훈제 치킨(550g)을 육군과 공군의 마트(PX)에 5600원에 납품했다. A사는 해당 훈제 치킨의 시중 판매 가격이 2만5000원이라고 밝혔다. 이 가격을 기준으로 72%를 할인한 가격에 납품하겠다고 입찰에 참여해, 납품자로 선정됐다.
유명 닭고기 가공업체인 H사 훈제 치킨(600g)의 인터넷 판매가는 4100원이다. A사가 제품을 할인했다고 해도 경쟁업체들과 가격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았다. 군 관계자는 "시중 판매 가격 대비 할인율이 가장 높은 제품을 선정하는 군 입찰제도를 A사가 악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 닭고기 가공업체인 H사 훈제 치킨(600g)의 인터넷 판매가는 4100원이다. A사가 제품을 할인했다고 해도 경쟁업체들과 가격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았다. 군 관계자는 "시중 판매 가격 대비 할인율이 가장 높은 제품을 선정하는 군 입찰제도를 A사가 악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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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에 근무하는 병사들이 5일 군 마트에서 식료품을 사고 있다. 육군과 공군 마트를 관리하는 국군복지단은 2011년부터 시중 판매 가격 대비 할인율을 기준으로 낙찰하는 ‘최고 할인율 낙찰 제도’를 운용 중인데 일부 입찰 참여 업체에서 낙찰을 받으려고 시중가를 부풀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석 기자
◇가격 비싸도 할인율만 높으면 낙찰
육군과 공군 마트(PX)를 관리하는 국군복지단은 2011년부터 최고 할인율 낙찰 제도를 도입했다. 입찰 과정에서 시중 판매 가격 대비 할인율이 가장 높은 제품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ㄱ사는 시중 가격이 1000원인 제품에 할인율 10%를 적용해 900원에 입찰하고 ㄴ사는 시중 가격 2000원인 제품에 할인율 50%를 적용해 1000원에 입찰했다면, ㄴ사 제품이 ㄱ사 제품보다 가격이 비싸도 최종 낙찰된다.
올해 초 국방부 실태 조사에선 터무니없는 시중 가격을 기준으로 할인율을 적용해 입찰한 업체들이 적발됐다. B사는 비듬 예방 샴푸(400mL)를 8960원에 군에 납품했다. 업체 측은 "시중에서 4만5000원에 팔리고 있는데 75.1%를 할인했다"며 입찰에 참여했다.
이 업체들은 실제 판매 여부와 상관없이 특정 시중 마트에 높은 가격으로 제품을 납품해 서류상 실적을 남긴 뒤, 이때 마트에서 나온 영수증을 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군은 업체가 제출한 영수증을 현장 실사도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품질관리는 아예 뒷전이었다. KS인증마크나 HACCP(식품위해 요소 중점 관리기준) 등은 가산점 요소에 포함되지 않았다. 납품 후 식품류는 6개월에 한 번, 비식품류는 1년에 한 번 국가공인 전문기관에서 발급한 자가 품질검사서를 확인하도록 돼 있으나 이 역시 업체에서 제출한 서류를 근거로 한다.
올 1월 대통령직인수위는 "최고 할인율 낙찰제의 최대 피해자는 장병"이라며 "물품의 질과 적정 납품가를 기준으로 선정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유통 실적 기간을 2개월에서 3개월로 늘리고 품질 요소도 점수에 반영하며 현장 실사와 사후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최고 할인율 제도는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마트 민영화에 軍 "가격 오른다" 반대
이 같은 문제는 육·공군 마트에만 해당한다. 해군은 2006년부터 마트를 민영화했다. 매년 일정액 위탁수수료를 받고 마트 운영을 일반 유통업체에 맡기고 있다. 해군 관계자는 "마트 제품의 품질이 높아지고 병사가 선호하는 제품이 그때그때 마트에 들어온다"며 "재고·유통 관리 책임에서도 자유로워졌다"고 말했다.
국방부에선 이 같은 점을 고려해 국방차관이 중심이 돼 '국방부 30대 중점 과제'로 군 마트 민영화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일부 국방부 관계자와 육·공군에서 군 마트 민영화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마트를 민영화하면 가격이 올라 병사들이 피해를 본다"는 이유다. 육군 관계자는 "해군 마트에서 판매되는 제품이 육·공군보다 10~20% 정도 비싸다"고 했다. 국방부 분석에 따르면 작년 해군 장병은 마트 민영화로 인한 가격 인상으로 육·공군 장병보다 약 25억원을 추가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 1인당 약 6만원꼴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해군이 마트 민영화를 통해 업체로부터 받은 수수료 수입은 약 37억원으로 알려졌다. 이 돈으로 병사들에게 마트 쿠폰 등을 지급할 경우 추가 부담을 없앨 수 있지만, 군은 이 같은 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