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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매월 60만~70만원짜리 ‘용돈연금’으로 전락한 이유

화이트보스 2013. 7. 9. 10:33

국민연금이 매월 60만~70만원짜리 ‘용돈연금’으로 전락한 이유

  •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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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7.09 03:05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국민연금은 평생 돈을 내도 왜 이렇게 적게 받는 거야?”

    제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단골 질문’입니다. “노후에 기댈 것은 국민연금 뿐인데 국민연금이 겨우 100만원밖에 안돼.” “나는 매월 최고액으로 월 34만원씩 평생 1억원이 넘는 돈을 내는데 겨우 돈 백만원 받는게 말이 되느냐” 등등의 질문이 쏟아집니다. 한 마디로 “왜 국민연금이 용돈연금이 됐느냐”는 얘기입니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도 화가 치밉니다. 국민연금이 시작되던 1988년부터 연금에 가입한 저도 60세까지 30년 정도 연금 보험료를 내서 받는 돈이 겨우 월 120만원대(현재 가치로 계산)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과연 120만원으로 노후를 지탱할 수 있을까요. 현재도 2인가구 최저생계비가 97만원인데 겨우 최저생계비를 웃도는 돈으로 100세 시대를 버텨야 하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공무원연금 현재 월평균 수령액 210만원, 지금 40대의 국민연금 월수령액 많아야 70만원대

    그렇지만 공무원들이 퇴직후 받는 공무원연금은 현재 받는 돈이 월 평균 210만원입니다.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은 월 500만원이 넘습니다. 사학연금은 평균 수령액이 월 259만원입니다. 이 정도를 받으면 100세까지 살아도 걱정할 게 없겠지요. 사정이 이러니 교사나 공무원이 좋은 직업으로 꼽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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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대로 일반 국민들의 노후는 불안합니다. 최근 국민연금을 10년이상 가입해 연금을 타는 사람들의 평균 수령액은 월 47만원 정도입니다. 월 100만원을 넘게 받는 사람들은 5만명 정도이며, 현재 국민연금에서 최고액을 받는 사람은 월 143만원입니다.

    지금 50대는 100만원대를 넘겨 받는 사람이 앞으로 많겠지만, 40대들은 불만이 더 큽니다. 중소기업 부장인 임모(44)씨는 “1998년에 연금에 처음 가입했을 때는 100만원 넘게 받는 것으로 나왔는데 최근에 보니 70만원대”라며 “보험료는 매년 더 내고 있는데 받는 돈은 거꾸로 줄다니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의 30대입니다. 2005년에 입사한 공기업의 하모(34) 대리는 현재 수준(월 250만원)에서 당장 상한선(월 398만원)까지 최고액으로 보험료를 내 31년을 가입해도 65세부터 노후에 받을 금액은 고작 월 96만원에 그칩니다. 현재 수준(월 250만원)으로 그대로 내면 월 77만원이니 노후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 50대는 국민연금이 최대 100만원대 수준에서 머물고, 30대는 노후에 100만원도 안되는 연금을 타게 됐을까요? 50대는 국민연금이 평균소득(40년 가입기준)의 70%~60%를 지급하기로 할 때 가입해 이후 50~40%를 적용받게 된 사람들입니다. 반면 30대는 소득의 50%에서 40%로 지급비율을 낮춘 시기에 가입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소득의 40%를 주는 터무니없는 용돈연금을 만든 것은 누구일까요. 또 이런 제도를 만든 사람들은 도대체 계산이라도 제대로 해보고 바꾼 것일까요.

    국회 복지위원회 소속 정치인들이 국민연금을 용돈 연금으로 과격하게 축소, 소득상한선도 15년이나 방치

    국민연금 가입자 입장에선 정말 복장터지는 일입니다. 2007년 국회에서 연금을 소득의 60%에서 50%로 떨어뜨리고 2028년까지 40%까지 떨어뜨리는 연금 개혁법안이 통과됐습니다. 그나마 정부는 50%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국회에서 40%로 떨어뜨리는 법안을 강행했습니다. 대안으로 기초노령연금에서 10%를 주는 것으로 하고선 말입니다.

    국민연금이 ‘노후 안전판’이라는 효과를 국민들이 누려보기도 전에, 일부 국회의원들은 국민연금 자체를 아예 최저생계비 역할을 하는 기초연금처럼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이렇게 국민들의 기대와 동떨어진 조치를 취한 정치인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요. 당시 이 법안을 만든 것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로 몇몇은 공무원연금 출신이었습니다. 결국 국회 본회의에서도 5명만 반대하고 12명만 기권했을 뿐 나머지 154명의 찬성으로 통과됐습니다. 연금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국민연금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국회에서 자기들끼리 국민연금의 운명을 과격하게 정해버렸다”고 한탄합니다.

    연금의 재정이 고갈 위기에 처하면 연금을 손질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범한 결정적인 실책은 너무 빨리, 과격할 정도로 국민들이 받게될 연금 액수를 떨어뜨린 것입니다. 그것도 거의 최저생계비 수준으로 말입니다.

    더 한심한 것은 가입자 평균 소득 문제입니다. 연금액은 전체 가입자의 평균 소득액에 따라 좌우됩니다. 전체 가입자의 평균 소득액이 올라가면 자연히 받는 돈도 커집니다. 하지만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액은 좀처럼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이유는 ‘소득 상한선’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상한선이 고작 월 389만원이기 때문입니다. 연봉으로 따지면 5000만원도 안되는 액수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소득 상한선을 연봉 5000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제한해 놓았기 때문에 국민연금 가입자는 아무리 많이 받아도 수령액이 100만원대를 넘을 수 없는 구조가 된 것입니다. 만일 600만원으로 상한선을 올려놓았다면 그 금액의 40%를 적용하면 월 200만원대를 받는 사람이 생길 터인데 국민연금을 하향평준화해 놓은 것입니다. 외국도 소득의 40% 수준으로 정한 곳이 많은데, 그들 국가와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소득의 상한액이 큰 차이가 납니다. 

    물론 소득 상한선을 결정하는 것은 정부 몫입니다. 소득상한선은 원래 200만원에서 시작해 1995년에 360만원으로 올린 뒤 15년 동안 그대로 방치돼 있었습니다. 현재는 398만원으로 올렸지만 여전히 적은 액수입니다.

    그런데 정부당국자들은 소득 상한선을 왜 이렇게 낮게 만들었을까요. 직장인들의 월급이 15년간 제법 상승했는데 소득 상한선은 왜 안 올렸을까요?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공무원은 공무원연금 가입자니까 국민연금을 남의 일처럼, 객관적으로 바라도 보기 때문에 올려야 할 시급성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정부 당국자들도 물론 할 말은 있겠지요. 상한선을 올리면 국민연금 보험료를 올려야 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가 어렵다는 것이지요. 연금액이 올라가면 나중에 연금 재정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말도 합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노후 대비책인 국민연금 발전을 위해 힘써야 할 정부가 15년간이나 소득상한액 인상에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 국민연금은 하향평준화됐고 국민들에게 연금의 매력은 점차 사라져갔습니다.

    지금 정부는 ‘국민행복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행복시(市)’ ‘행복동(洞)’에서 ‘국민행복연금’을 받아 사는 게 우리 국민들의 소박한 바람입니다. 국민행복을 위하는 정부라면 국민연금 가입자 입장에서 용돈연금을 탈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리라고 믿는데, 과연 그럴 의지가 있는지 두고 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