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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에 `고소득자 세율` 폭탄…근로자 40%는 세금 `0`

화이트보스 2013. 7. 16. 19:27

중산층에 `고소득자 세율` 폭탄…근로자 40%는 세금 `0`
年소득 5천만~6천만원 근로자 세액공제 전환땐 부담 더 커져
기사입력 2013.07.15 17:39:21 | 최종수정 2013.07.16 08: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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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해외 세제전문가들은 한국의 소득세 체계를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우뚱한다.

소득세 자체의 최고세율은 38%로 미국(35%), 캐나다(20%), 싱가포르(15%) 등 주요 국가에 비해 높다. 중산층에 적용되는 세율도 상당히 높다. 그러나 각종 비과세 감면이나 혜택 등을 통해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근로자가 593만명으로 전체의 39.1%(국세청 2012년 국세통계자료)에 달하기 때문이다. 근로자 10명 중 4명은 각종 공제를 받아 과세표준이 납세기준인 과표(1200만원)에 못 미쳐서 아예 소득세를 안 낸다.

소득세수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한국은 3.5~4% 정도로 매우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9%가 넘어 소득세가 조세의 중요한 축이다. 우리나라는 세율은 매우 높은데 빠져나갈 구멍이 너무 많아 소득세가 제대로 걷히지 않는 기형적 구조라는 얘기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걸맞은 소득세 제도를 만들려면 △소득세를 아예 안 내는 사람들을 가능한 한 줄이고 △소득 3만달러에 걸맞게 과표체계나 세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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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한국을 찾은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한국은 소득세율 부담이 높은 편"이라며 "국가가 직접적으로 국민에게 소득세를 걷어서 이를 복지재원으로 사용한다면 고령화가 진행되는 한국 입장에서 가계자산은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러나 국민소득 3만달러 국가에서 소득이 있는데도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는 것은 문제인 만큼 한국은 각종 소득공제와 비과세 감면 혜택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고소득자뿐만 아니라 중산층에 적용되는 소득세율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가 정한 중산층 기준은 중위소득의 50~150%인 가구를 말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산층 70% 복원하겠다`고 밝혔을 때 이 70%의 비율을 산정할 때 쓰이는 중산층 기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이 기준을 적용했을 때 우리나라의 중산층은 소득 2713만~4873만원 사이의 가구가 이에 해당된다. 이들에게 적용되는 세율은 15% 또는 24%인데, 이는 미국 (15%), 캐나다(15%), 싱가포르(2% 또는 3.5%)에 비해 높은 편이다.

게다가 국민이 체감하는 중산층 기준은 `132㎡(40평대) 아파트에 살면서 못해도 쏘나타급 자동차를 굴리며, 월소득 600만원에 순자산은 5억원이 넘는 사람`(2013년 1월 매일경제 설문조사 결과)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적용되는 세율은 무려 35%까지 올라간다. 이 때문에 과표구간을 소득 3만달러 시대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전셋집에 살면서 부부가 맞벌이로 비정규직으로 일해서 연 5000만원을 버는 가정이 고소득층으로 분류돼 24%의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것은 비정상적이란 얘기다.

앞으로 노동가능인구의 감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소득세수 자체가 줄어드는 점도 걱정이다.

임주영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40%가 훨씬 넘는 사람들이 각종 감면을 받아서 아예 소득세를 안 내는 상황에서 저소득층의 세율을 더 낮추는 것은 곤란하다"며 "지금의 소득세 공제나 감면에 관한 제도는 전체적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대대적인 정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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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뒤늦게 이런 점을 깨닫고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는 작업에 돌입했다. 정부와 조세연구원은 지난달 26일 `13월의 급여`라고 불리는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세액공제 형태로 대대적으로 전환한다는 큰 방침을 발표했다. 소득공제는 근로자들이 활용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소득세를 0원까지 절감할 수 있는 무기였다. 그러나 세액공제가 되면 소득에 따라 일정 금액만을 공제받게 된다. 또 세액공제금액은 소득이 많을수록 줄어들게끔 설계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따라서 근로소득자들이 소득세를 0원까지 절감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해진다.

전문가들은 이런 제도를 도입해 소득세를 안 내는 사람들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소득공제를 줄이고 세액공제로 가더라도 추후 경제적인 효율성이 없는 세액공제 제도는 없애거나 줄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근로소득 소득공제 제도는 현재 연봉 4500만원 이상의 근로소득 금액에 대해 5%를 공제하고 있다"며 "고소득자에게까지 일률적인 비율로 공제해주는 이런 제도는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획취재팀=김대영 기자(팀장) / 신현규 기자 / 정석우 기자 / 배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