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7.23 03:05
막말, 국정원 댓글, NLL 논란에 개입 않고 '우회'하는 朴 대통령
野, 죽기 살기로 달려들며 비판…
국민에게 무기력해 보이면 안돼, 반대파에 단호히 맞서기를… 60% 인기에 웃을 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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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고문
요컨대 저런 막말로 품격을 떨어뜨리는 정치인들을 목사님들이 기도로 막아달라는 것으로 들렸다. 박 대통령의 그런 발언을 두고 "대통령이 답답하다"고 가슴을 치는 사람도 있고 "대통령이 목사들에게 기도 부탁할 사안이냐?"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결코 박 대통령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은 '박근혜 지지자'고 지난 대선 때 박근혜를 찍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대통령다운, 지도자다운 결기를 지니고 정치적 반대파들과 맞서는 단호함을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이다. 사실 그간의 행보를 보면 박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되도록 정치판과 거리를 두고 자신은 초당파적 위치에서 '국정'만을 논하는 자세를 보이려고 노력해왔음을 느낄 수 있다. 속된 말로 하면 자기는 이제 정치적 싸움판에 말려들지 않고 고고하게 있을 테니 '정치는 여야 당신들끼리 치고받고 하든지 해라'는 투였다.
국정원 댓글과 국정조사 문제에서도 그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논란 문제에서도 박 대통령은 직접 개입하지 않고 이런저런 자리에서 점잖게(?) 우회적으로 건드리고 넘어가는 전략을 썼다. 정상회담 대화록의 공개 문제에서도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것은 남재준 원장의 일이라고만 우겼다. 사태가 이렇게 돌아가자 야당은 전략을 바꿨다. 그동안 우회적으로 국정 실책만을 거론해왔던 야당은 이제는 박 대통령이란 '구체적 실체'를 자기들 싸움판에 끌어들일 필요가 생겼다. 드디어 대선 결과 불복이니 대통령 사과니 하는 등의 터부(정권 초기로서는 그렇다)를 넘나들더니 급기야 '박근혜와 박정희'를 싸잡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야당의 선(線)을 넘은 유인책은 비판받고 야당은 몇몇 희생자를 내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웃고 있을 수만은 없는 현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청와대는 자부할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인기가 60%를 육박하는 것은 박 대통령의 정치 불개입, 국정 전념 의지, 외교 치중 등이 주효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안주만 할 일이 아니다. 지금 박 대통령의 '오불관언'이 정치판의 싸움을 더욱 격렬하게 만들고 야당은 죽고 살기로 달려들게 만들며 결국 대통령을 '동네북' 취급하게 만드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 60% 안에 들어 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좀 더 강하게 친북 좌파를 압박하고 좀 더 신랄하게 종북 이념에 맞서며, 나라와 국민과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우습게 아는 자들의 '버릇'을 고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그 60%의 일부는, 박근혜 정부가 내부의 적(敵)과 싸우기보다 4대강 사업, 국정원 댓글 사건 등 전 우파 정권의 문제들을 들춰내는 데 열중(?)하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전두환 전 대통령 재산 조사로 온 나라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보기에 따라서는 포퓰리즘적 행태를 즐기는 것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다. CJ 구속, 원세훈 추락, 전두환 치욕 등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그것을 '박근혜'와의 감정 또는 인과응보로 보는 시각도 그 때문이다.
정치를 운용하는 데 공격적인 것이 유리할 경우도 있고 방어적·수세적 전략으로 임하는 것이 득이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들을 적절히 적당히 섞어서 구사하는 융통성과 이성적 판단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만일 집권 초기 광우병 촛불사태에서 청와대 뒷산으로 물러나지 않고 시위대와 맞서 "만일 수입 쇠고기로 광우병이 생기면 그날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더라면 그는 대단히 효율적인 5년을 운용했을지도 모른다.
지금 박 대통령은 집권한 지 5개월이지만 내년 4월 지방선거에서 지금의 승세(勝勢)가 꺾이고 나면 그의 나머지 3년도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역대의 정권이 경험한 바다. 많은 국민은 그의 경제정책의 근간이 어떤 것이며 경제 민주화의 실체가 무엇인지 아직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인지조차 불확실하다. 역대 대통령들이 외교적 행보에 안주하다가 결국 정권 말년에 허우적거리며 개인적 치부에 내몰렸던 전례를 박 대통령은 부디 잘 읽어내야 한다. 지도자는 국민에게 무기력해 보이면 안 된다. 대통령은 국민이 답답하게 느끼도록 내버려두면 안 된다. 박 대통령의 측근들은 때로 박 대통령의 눈에서 날카로운 레이저를 본다고 한다. 눈으로 레이저를 쏘지 말고 온몸으로 레이저를 쏟아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