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7.25 03:02 | 수정 : 2013.07.25 10:28
유서에 검사 實名 거론하며 "사건 억지로 꿰맞춰… 억울, 처벌받을 사람은 당신"
1차 영장실질심사 불응한 뒤 수사관이 집 찾아오자 압박감
부인·딸들엔 "미안… 사랑해", 후배 PD에 누 끼칠까 걱정도
경기도 분당의 한 고시텔에서 숨진 채 발견된 '스타 PD' 고(故) 김종학(62)씨가 유서에 검찰의 강압적인 수사를 비판하는 내용을 남겼다. 검찰은 김씨가 숨진 채 발견된 지난 23일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이를 사망과 연결하는 것은 지양(止揚)해달라"며 "(고인은) 사업 실패에 생활고로 심한 우울증에 시달려 왔다고 한다"고 밝힌 바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24일 본지가 입수한 유서에서 고인은 서울중앙지검 검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당초 경찰은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유서의 주된 내용"이라고 밝혔지만, 그는 4장 분량의 유서 중 3장에 걸쳐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언급했다.
24일 본지가 입수한 유서에서 고인은 서울중앙지검 검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당초 경찰은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유서의 주된 내용"이라고 밝혔지만, 그는 4장 분량의 유서 중 3장에 걸쳐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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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7년 9월 13일 충남 태안 안면도 ‘태왕사신기’ 촬영 세트장에서 김종학 감독이 배우들에게 촬영 장면을 설명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고인은 자신의 수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김모(44) 검사에게 유서의 한 장을 할애했다. 그는 검사에게 "자네의 공명심에…. (자신을 진정한) 음반업자와의 결탁에 분노하네"라며 "함부로 (내가) 쌓아 온 모든 것을 모래성으로 만들며 정의를 심판한다?"고 적었다. 이어 "처벌받을 사람은 당신"이라며 "(사건을) 억지로 꿰맞춰, 그래서…. 억울하이"라고 덧붙였다.
고인은 지난해 자신이 연출한 SBS 드라마 '신의'의 투자자들로부터 고소를 당해 경찰 수사를 받았고, 또 이와 별개의 사건으로 지난 17일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그는 지난 17일 오전 9시 30분에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기 시작해 이튿날 새벽 한 음반업자와 대질신문을 했고, 오전 3시 30분에야 귀가하는 등 진정 사건에 걸맞지 않게 무리한 조사를 받았다고 지인들에게 토로했다. 당시 검찰 조사에 입회했던 변호사는 "김 PD와 같이 일하던 사람이 (김 PD가) 출연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김 PD는 부인하고 있었는데, 검찰이 그 사람과 대질을 시켜주지 않아 억울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유서에서 자신의 변호사에게 "꼭 진실을 밝혀내 혼이 들어간 작품들의 명예를 지켜주게나"라고 썼다.
4장의 유서 가운데 검찰 수사를 언급하지 않은 유일한 한 장은 가족 앞으로 남긴 것이다. 담담하던 문장이 흔들리는 대목도 여기다. 고인은 아내 앞으로 "여보 미안해, 몇 십년 쌓아올린 모든 것이…. 여보 사랑해, 그동안 맘고생만 시키고…. 여보 당신의 모든 것 가슴에 안고 갈게"라고 썼다. 두 딸에게도 "하늘에서도 항상 지켜볼게. 씩씩하게 살아가렴"이라고 적었다.
고인은 또, "후배 PD들이 혼을 담고 있는 모습에 내가 누(累)가 될까"라면서 "혹시나 PD들에게 나쁜, 더러운 화살이 가지 않길 바라며"라는 말로 유서를 맺었다. 빈소를 찾은 연기자 김영옥(76)씨는 "김종학씨는 먹는 것도 마다하고 일하던 사람"이라며 "너무 깨끗한 사람이라 오히려 못 견뎠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 [단독] "檢事 공명심에…" 김종학 PD, 수사 비판 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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