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8.01 03:05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31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국민운동본부'를 설치해 1일 이곳에서 의원총회를 열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이 (국회의 국정원) 국정조사를 파행시키고, (주요) 증인 채택을 거부해 더 이상 국정조사의 성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시청 앞 광장에 천막을 치고 대국민 서명 운동과 홍보 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실제 두 사람이 국정조사에 나오는지를 지켜보지도 않고 장외투쟁을 결정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노무현 전 대통령 NLL 포기 발언 여부를 둘러싼 정쟁 중단을 선언하고, 여당 측의 양당 대표 회담 제안을 받아들였다. 누가 봐도 여야 대치 국면을 끝내고 정국을 대화 기조로 전환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다 돌연 '천막 장외투쟁'까지 결정했다.
궁금한 것은 민주당이 왜 이렇게 종잡을 수 없게 움직이느냐는 것이다. NLL 포기 발언 논란에 이유 없이 다시 불을 붙여 결국 자충수로 만든 것도 민주당이었다. 새누리당이 국정조사 협상에서 민주당 강경파가 목소리를 키우도록 자극한 측면이 있다고는 해도 민주당이 '민주주의 회복'까지 내걸고 장외투쟁을 한다면 지금 그것을 수긍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민주당이 갑작스레 서울시청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해서 무엇을 얻으려는지도 궁금하다. 국정조사에 원하는 증인 몇 명을 불러내기 위해 이런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한다는 것은 전에 볼 수 없던 일이다. 민주당이 국회 국정조사를 얼마나 대단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국민은 여야 의원들끼리 근거 없는 의혹을 폭로하며 정치 공세를 펴는 곳 정도로 여기고 있다.
민주당이 며칠 사이 '온건'과 '강경' 사이를 오가자 이 모든 일이 당내 계파 간의 선명성 경쟁 탓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우리 정치 풍토에서 선명성 경쟁이 벌어지면 강경론이 득세하기 마련이다. 이날 민주당은 장외투쟁에 "수만 촛불이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가 '촛불'을 '국민'으로 바꿨다고 한다. 민주당 강경파들의 속내는 광우병 촛불 시위 같은 것을 다시 한판 벌여보고 싶은 생각인 모양이다. 민주당은 지금 대선에 불복해 한풀이하려는 세력에 휘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