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8.02 08:18 | 수정 : 2013.08.02 08:22
- 25일 북한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 위원장(오른쪽)이 방북한 리위안차오 중국 국가부주석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평양=신화/뉴시스
동아일보에 따르면 최근 평양을 다녀온 제3국의 한 외교소식통은 전승절(戰勝節·정전협정 체결일을 부르는 북한식 표현) 60주년 행사 참석차 지난달 25일 북한을 방문한 리 부주석이 김정은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1일 전했다.
리 부주석은 김정은에게 “핵 보유로는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이는 중국의 안전에도 위해를 가할 수 있다”며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중국은 안보리 제재 결의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북핵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여행제한 조치를 일부 해제한 것을 빼고는 금융 부문 등 핵심 대북 제재를 유지하고 있다.
리 부주석은 김정은 체제 들어 북한을 방문한 최고위급 인사다. 평양 체류 기간(지난달 25~28일)에 전승기념관 개관식 등 김정은이 주최한 행사에 대부분 참석해 대화하는 모습이 언론에 소개됐다. 이를 두고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소원했던 양국 관계가 회복기에 들어섰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방북 첫날 김정은의 면전에서 ‘안보리 제재’까지 거론했다는 점에서 중국 지도부가 리 부주석을 통해 북핵에 대한 반대 의지를 전달하는 데 더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지난달 26일 리 부주석이 김정은에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구두 메시지를 전하며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및 평화와 안정,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을 견지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신화통신이 전한 리 부주석의 발언 수위도 높았지만 실제 회견장에서는 이보다 더 강도 높은 압박이 있었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리 부주석이 떠난 뒤인 지난달 29일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릉원’ 등을 찾아 헌화하는 등 중국을 의식한 듯한 행보를 보인 이유가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5월 이후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베이징(北京)에 보내 중국의 기류를 살피긴 했지만 리 부주석과의 대면 접촉을 통해 예상보다 강경한 반응을 접하고 적잖게 당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이 북핵 문제에서 비타협적인 모습을 보임에 따라 김정은의 중국 방문도 당분간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지도부는 김정은의 방중을 허용하기 위해선 핵 문제에서 가시적인 변화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헌법에 핵 보유를 명시한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이 중국이 원하는 비핵화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동아일보는 전했다.